■ 지역농정에서 여성농업인의 힘을... : 전문가 제언

"여성농업인의 
존재감 드러낼 분야
계속 늘어날 것"

■ 서미경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장

10월15일은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이다. 팬더믹 위기 속에 우리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지켜내야 할 중차대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그런데 식량생산의 주체이자 지역사회를 돌보는 여성농업인의 존재감은 희박해지고 있다. 통계자료를 보면 매년 농업인구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남성보다 여성농업인구의 감소폭이 더 크다. 

고령화 또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만 해도 지난 10년간 여성농업인 40세 미만 비중은 24.9%에서 14.1%로 감소하고 70세 이상은 23%에서 34.2%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여성농업인의 지위는 그나마 매년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2021년 농업 주 종사자의 45.7%가 여성이고 농가경영주 비율은 28.4%가 여성이다.

성평등한 농촌, 활기찬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경제적 능력을 갖추는 일이 필수적이다. ‘2021년 여성농업인 육성 시행계획’에 따르면 여성농업인의 권익증진과 역량강화를 위해 국비 총 1917억 원 투입을 계획했다. 그런데 여성들의 경제 능력은 하루아침에 보유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상 속에서 지역문제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갖고 참여를 통해 축적되는 사회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성농업인의 존재감을 높이고 사회경제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참고될 만한 두 가지 활동방안을 소개한다. 사회참여를 위해서는 여성친화도시 시민참여단 활동을, 경제적 역량강화를 위해서는 로컬 크리에이터 우수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성친화도시’라는 용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지역개발과 정책결정 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해서 모든 주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지역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2009년 전북 익산이 최초로 여성가족부에서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이래 현재 전국적으로 96개 도시가 여성친화도시다. 강원도는 춘천, 원주, 동해, 삼척, 횡성, 영월, 정선 등 7개 지역이 여성친화도시로 활동 중이다. 특히 강원도는 2025년까지 18개 시군 모두 여성친화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어 매우 고무적인 분위기다.

여성친화도시 시민 혹은 군민참여단의 활동은 다양하다. 관내 전통시장, 공중화장실, 시외버스터미널 등을 점검하며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 한다. ‘우리동네 안심보안관’이 돼 한우축제장 내 공중화장실 몰래카메라 전수조사도 벌인다. 생활쓰레기 줄이기 시민운동을 전개하거나 쓰레기 불법투기 상습지역, 청소년 집중 흡연지역을 점검해서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어르신 보행보조기구에 명찰을 달아드리거나 독거어르신 자살 예방사업 등 돌봄의 공백지대를 밝히는 역할을 한다. 경로당 음식준비와 상차림은 남녀가 함께, 운동기구는 여성어르신도 이용하기, 화장실 공간은 평등하게 할애하기 등 생활수칙도 만들어 드린다. 이러한 지역사회 참여활동은 여성농업인의 활동공간을 지역사회로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최근 소위 핫한 창업 아이템으로 특히 여성농업인에게 매우 친화적인 경제활동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란 문화, 관광과 지역자원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해서 창의적인 사업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창업한 사람을 말한다. 강원도의 대표 농산물인 감자를 활용한 ‘감자빵’은 전국적으로 성공한 브랜드다. 감자빵을 비롯한 베이커리 카페 또한 소양강댐 관광을 능가하는 명소로 유명해졌다. 춘천시 사북면에는 말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호스테라피’ 강좌가 열린다. 양양 서피비치는 서핑 전용해변으로 직원은 15명인데 성수기에는 85명에 이른다고 한다. 로컬창업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 좋은 사례다.

앞으로 양양 서핑 레저업체들이 제휴해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어 세계적인 서핑 메카로 만들 계획에 있다고 한다. 강릉의 수제맥주, 평창 메밀빵,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한 칠성조선소와 박물관 등 창업아이디어와 지역가치가 결합된 성공 사례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공통적으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상품 원료로 사용하고 지역 가치를 확산하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역의 농산물을 가공, 포장하고 그 위에 체험관광, 마케팅 등 서비스를 장착한 6차산업의 성공사례는 여성농업인에게 희망과 함께 도전의식을 선사한다.     

“지구를 보살피고 다시 살리는 것, 팬더믹을 겪으며 알게 된 사실, 여성들이 수백년간 우리 지구를 보살피며 쌓은 지식과 사랑 속에 인류의 미래가 있습니다.” 인도의 생태여성운동가 반다나 시바의 말이다. 이를 이렇게 바꿔보겠다. “여성친화도시 참여와 로컬 크리에이터 활동은 여성농업인의 존재감을 빛내고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앞당겨 실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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