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성묘를 다녀왔다. 탁 트인 풍경을 오랜 시간 눈에 담아두고 싶었지만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 악취 때문이었다. 인근 공장에서 나오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최근 몇몇 지자체는 교도소를 서로 유치하려 든다고 한다. 죽어버린 지역경제에 교도소 방문객 등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혐오시설로 분류되면서 설립을 꺼렸지만 그마저도 유치하려는 지자체의 눈물겨운 노력이 씁쓸하다.

혐오시설이 농촌으로 모여드는 건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닐 것이다. 교도소 외에도 각종 비료, 화학공장 등 도시에 들어서기 어려운 시설이 농촌 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공장식으로 축산 규모가 커지면서 퇴비로도 다 쓰이지 못한 가축분은 폐기물이 돼 농촌을 병들게 한다.

지역의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다 농촌환경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한 지역의원을 인터뷰하게 됐는데,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를 비용을 이유로 방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그 땅의 주인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농촌에서 농민과 농업은 점점 지워지고 있는 것 같다. 도시에서의 우아한 삶을 위해 농촌의 땅은 그저 희생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식량의 보고이자 우리 모두의 고향인 농촌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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