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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 번째 스무 살■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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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01  11: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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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단순하고 명쾌한데
복잡한 사고에 길들여져 
에너지를 소모한 것 같다...

성호(남편)는 며칠 전 한국나이로 61세 환갑을 맞았다. 영란(나)은 한 달 전 환갑을 맞아 우린 동갑내기 부부다. 840시간을 더 산 내가 엄밀히 따지면 누나이고, 연장자이고, 인생선배이지만 남편은 남존여비사상의 고루한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는 전근대적인 대한민국 남자인지라, 힘의 우위로 왕좌를 차지해 지배하려는 근성을 수시로 발휘했다.

본디 순종적이지 못하고, 독립성이 강한 내가 이런 남자와 살려면 지혜와 유연한 내공이 필요했지만 그것을 깨닫기까지는 30년이 걸렸으니, 그새 우리 부부가 미국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톰과 제리처럼 아웅다웅하면서, 때로는 아슬아슬 줄타기를 해왔다. 그래도 용케 서로 참아내고 결혼생활 30년에 세 번째 스무 살까지 무탈하게 살았으니, 결산해보면 가정을 깨지 않고 여기까지 살아온 것 자체가 상을 받아야 할 일인 것 같다.(^^)

돌아보니, 살아온 것만도 늘 벅차서 호흡이 거칠고 숨이 차서 후회투성이인데, 그새 세자매가 성장해 우리 부부가 환갑을 맞았다고 작은 현수막을 만들어 선물했다. 용광로처럼 들끓던 수많은 감정들이 잦아들기 시작하는 60대를 맞으니 감정이 무덤덤해지는데, 인생의 꽃봉오리 시절인 20대 딸들이 엄마 아빠를 위해 만든 현수막 구절들은 오글거리고 부끄럽게 했다.

영화 제목처럼 근사한 문구를 만드느라 머리를 맞대고, 부족한 주머니 사정으로 선물을 고심했을 20대 딸들이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려고 만든 기획인데,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운’이란 수식어에 부끄러움이 앞섰다. 아름다운 적이 있었던가? 하는 자성이 밀려와서...
매순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부모의 길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후회와 반성이 밀려오는데, 이제 어엿한 성인의 반열에 들어선 아이들이 말이라도 이렇게 해주니 고마웠다. 

케이크니, 꽃다발이니 이런 선물은 사양한다고 늘 말했기에 아이들은 현수막에 돈을 꽂아서 선물했는데, 칠순 때는 돈방석에 앉게 해달라고 공표했다.(^^)
“엄마 아빠 노후는 우리가 준비할 터이니, 너희들은 독립해 잘 사는 게 소원이다”라며 덕담을 해줬다. “그리고 하루 빨리 빨대를 빼다오~”

60대 부모와 20대 자녀들의 사랑표현이 이렇게 달라도 그새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단련됐기에 서로의 진심이 통하리라. 열심히는 살았어도 돌아보니 후회투성이인 삶인데, 세 번째 스무 살을 맞으니 담담한 깨달음이 밀려온다. 

내가 공들여 키우고 있는 학자스민이 담장을 넘고 있어서 기뻐했는데, 며칠 전 남편이 담장의 풀들을 정리하기에 막대기를 세워서 표시를 해두고 “자르면 안 된다”고 남편에게 말했는데도,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가보니 말끔히 치워버린 광경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 전 같았으면 화가 나서 3일은 속을 끓였을 텐데, 심호흡 크게 한 번 하고 나서 ‘치명적인 큰일이 아니면 가볍게 넘어가자’며 마음을 다스리니 내가 편했다. 내가 변하니 남편도 조금씩 순해지고 있다.

어릴 때 읽었던 ‘바람과 해와 나그네’ 우화처럼 삶의 원리는 단순하고도 명쾌한데, 복잡한 사고에 길들여져서 에너지를 소모했던 것 같다. 세 번째 스무 살이 돼서야 나의 편협한 사고들이 여유를 찾게 돼 나도 이제야 철이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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