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허차임 산청군연합회장

▲ 허차임 회장은 생활개선회가 전통을 잇는 게 주역할이라고 보고 회원들과 합심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산청군농업기술센터 생활문화정보관 야외교육장에는 크고 작은 60여 개의 장독대가 있다. 산청군연합회 11개 읍면 회원들의 손맛이 담긴 장독대에는 버선모양의 표시에 회원이름이 새겨져 있다. 지리산의 맑고 깨끗한 물과 산청의 청정한 약초로 만든 장을 그득 담겨 있는데 전통을 이어가겠단 생활개선회의 상징이기도 했다. 허차임 회장은 잊혀져가는 장을 비롯해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생활개선회의 사명이라고 믿고 있다.

산청특산물로 만든 전통장·다식 등 전승
1회원 1연구회 활동으로 개인·단체 내공 쌓아

선조의 지혜 잇는다
지난 3월 산청군연합회는 장을 담갔다. 원래 정월에 장을 담가야 맛있다는 선조의 말씀에 따른 것이다. 쌀쌀한 날씨에도 제맛을 내기 위한 회원들의 정성에 감사했다는 허차임 회장.

“군수님이 생활개선회는 전통보존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그래서 지원을 받아 농업기술센터에 장독대를 마련했죠. 이젠 농촌에서도 보기 힘들어진 장독대지만 이럴 때일수록 여성농업인이 전통장을 담그고 그걸 지역의 이웃들과 나누면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장들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매실장과 도라지장, 고로쇠 수액장 등 독창적인 장종류가 10가지나 된다. 지리산 정기를 품은 산청은 1000여 종의 약초가 자생하며 한방약초축제가 있을 정도로 한방약초의 본고장이다. 회원들이 장을 담글 때 꾸지뽕과 오가피나무, 대나무 등으로 메주를 누르고, 깨끗한 장물로 쓴 것도 특징이다.

산청군농업기술센터는 회원들이 담근 장을 평가해 표준화된 제조법을 보급할 계획도 갖고 있다. 또한 허 회장은 김치를 담가 이웃들과 나누며 봉사단체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다할 생각이다.

전통을 이어가는 산청군연합회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질 않았다. 경남에서 유일하게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전통음식 프로그램으로 전통다식과 디저트 교육을 받았다. 지난 5월 온라인 수료식 당시 22명 회원들이 산청의 농특산물로 만든 꽃젤리, 벌화분 다식, 파프리카 오색양갱 등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농촌에서도 이제 접하기 힘든 전통다식 이론교육과 조리를 해보며 전통문화 계승에 한 발 더 다가갔다. 허 회장도 전북 익산의 원광대학교에 전통복식학과를 다닐 정도로 전통문화에 관심이 컸다. 회원들도 공통적으로 관심이 커 관련교육을 더 추진할 계획이다.

하나라도 더 배우자
허차임 회장의 모토는 ‘하나라도 더 배우자’는 것이다. 전통복식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식품처방사, 켈리그라피 자격증까지 취득한 허 회장은 회원들 역시 특출난 특기를 모두 갖길 바란다. 특기는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게 회장의 역할이라고 본다. 다른 단체사람들이 생활개선회를 가장 부러워하는 게 바로 다양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교육의 근간은 단연 연구회다. 꽃사람연구회, 향토음식연구회, 천연염색연구회, 산엔락 모듬북예술단 등이 있다. 산청군연합회는 회원들이 전문성을 갖게 하려고 1회원 1연구회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향토음식연구회는 한방약초축제 때 약선음식 전시와 향토음식 발굴을 담당했다. 꽃사랑연구회는 역시 약초축제 때 꽃꽂이 전시와 요양병원에서 원예치료 프로그램 진행과 공공기관 환경미화에 역할을 한다. 천연염색연구회는 본인들의 제품을 기부하고, 모듬북예술단은 각종 축제에서 활약을 해오고 있다. 생활개선회에서 물러난 선배들의 모임인 농촌사랑연구회를 위해선 한지를 오래된 것처럼 탈색시킨 고색한지 기법을 배우도록 했다. 전통한지의 멋을 즐기면서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연구회 활동을 통해 강사로 나설 수 있는 자격을 갖춘 회원들도 많아요. 배움이 한 회원에서 다른 회원에게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순환하고 있어 뿌듯해요. 회원들 내공이 쌓이면 생활개선회도 그만큼 실력을 갖춘 단체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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