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모든 국민은 안전한 환경에서 
행복한 일상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이는 국가는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여성들이 위험에 노출돼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현실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국가의 최우선 정책이 돼야..."

▲ 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지금 60~70대 여성들이 어렸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밖에 나가지 마라! 늦지 말고 빨리 집에 오라’는 어머니의 당부였을 것이다. 그 이유는 혹시나 안 좋은 일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반세기가 훌쩍 넘긴 요즈음 젊은 여성들에게도 그런 위험은 사라지고 않고 상존해 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성들의 안전한 삶은 나아지지 않고 여성들의 앞길에는 빨간불이 켜져있다. 

올해 여성가족부가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 폭력 등 여성폭력 가해자 검거 건수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10명 중 2명만 안전하다고 느끼고, 8명은 언제든지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어 불안하다고 한다. 대검찰청 통계에서도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에서 여성 피해자 비율이 10명 중 9명으로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성폭력 피해자 중 70%는 30세 이하의 여성이다. 통계에서도 이렇게 여성들의 삶이 안전하지 않다고 나왔지만, 실제로 여성들이 체감하는 안전은 그보다 더 위험하다.

올 8월 한 달 동안 국내 언론사가 보도한 여성폭력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아내살해 사건은 10건이었다. 2건은 경찰 수사단계에서, 8건은 법원 판결을 통해 알려졌다. 매년 빠짐없이 ‘한국여성의전화’가 발간하는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분석’에서도 2020년 한 해 동안 115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3일에 1명꼴로 여성이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특히 가해자는 남편(전남편 포함)이었다. 

경찰청의 ‘최근 5년간 가정폭력사범 관련 자료’에도 112 신고 건수는 125만 건이지만 실제 입건은 25만여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연평균 5만 건, 하루 평균 121건의 가정폭력이 발생하고 있어도 많은 사람들은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조차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범죄가 실제는 드러난 통계보다 더 많을 수 있는데, 미수에 그치거나 사건화되지 않는 것, 또 연인관계나 데이트에 의한 것을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며칠 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7~2020년 4년간 성폭력 범죄혐의로 입건된 공무원이 무려 1599명으로 강간, 강제추행이 83.4%를 차지한다고 한다. 성범죄로 검거되는 공무원 수가 연평균 400명 안팎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충격적인 통계다. 국가공무원조차도 이러하니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안전만큼 중요한 행복 요소는 없다. 2019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발간한 보고서에도 서울 거주 여성 절반인 50.3%가 우리 사회가 불안하다고 했으며 특히 2030 여성들의 60%는 불안하다고 했다.

여성들이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면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2020년 전년 대비 25%나 증가하고, 지난해 1~8월 전체 자살 시도자 가운데 32%가 20대 여성이었을까. 20대 여성만 아니라 40대 미만에서도 자살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제 여성들이 폭력과 죽임이라는 위험에 노출된 현실에 국가가 주목하고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안전한 환경에서 일상을 행복하게 영위할 권리가 있다. 이는 바로 국가는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위험에 노출돼 불안과 공포를 크게 느끼는 현실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국가의 최우선 정책이 돼야 한다. 더이상 여성들이 목숨을 잃지 않는 안전한 사회가 되도록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