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38)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3명의 엄마를 소개한다. 모두 내가 점심 때 종종 가는 작은 식당을 경영한다. 남편 없이 홀로인 2명과 아픈 남편이 있지만 가장 역할을 하는 분이다.
한 분은 사별, 한 분은 이혼, 한 분은 무능력(환자) 남편. 한 곳은 3000원짜리 국수집(다른 분식도 착한 가격), 한 곳은 가성비 짱인 7000원짜리 한식뷔페, 또 한 곳은 집밥처럼 먹는 매일 식단이 바뀌는 곳이다. 맛과 가격과 좋은 재료를 매의 눈으로 알아보는 나 같은 소비자가 극찬하는 이 식당들은 나의 허기와 미식을 즐기는 기호만 충족해서는 아니다. 엄마로서의 강인한 의지를 엿보았기 때문이다.

귤밭이 몇 군데로 분산돼 있어서, 회사 가듯이 아침에 출근해서 점심은 남편과 ‘따로 또 같이’ 식당에서 해결한다. 점심까지 내가 해결하려니 하루 종일 먹는 생각만 하는 내 머릿속이 뜨겁고, ‘먹기 위해 사나? 살기 위해 먹나?’ 하는 원초적인 물음에 직면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먹는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먹기 위해 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비오는 휴일 날, 남편이 낮잠을 자고 있어서 점심은 패스해야지~ 하고 밥에서 해방된 것을 기뻐하고 있는데, 정오가 되자 눈을 번쩍 뜨고, 밥 달라고 하는 남편이 불가사의 했다. 자다가도 배꼽시계가 울린다고 하니, 먹기 위해 사는 동포임에 틀림없다고 한탄했다.

“열심히 일하고 먹는 즐거움마저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 하는 남편의 말이 맞지만, 삼시세끼를 해야 하고 일까지 해야 하는 나는 즐겁지가 않았다. 그래서 타협을 본 것이 점심은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나도 맛집을 찾아서 요것조것 골라먹는 재미도 있고, 일하다가 바람도 쐴 겸, 사람구경도 할 겸 식당 순례를 하는데, 맛있고 가격 착하고 좋은 재료로 하는 식당을 선호하게 됐다. 그 중에서 위에서 말한 세 군데 식당을 소개하고 싶다.

아이들이 딸린 엄마가 혼자서 생계 해결을 한다는 것은 무게가 상상이상일 것이다. 3000원짜리 멸치국수집 사장엄마는 얼마 전부터 시집간 딸이 엄마를 돕고 있다. 젊어서는 많이 고왔을 얼굴인데 화덕 앞에서 땀 흘리며 시뻘건 얼굴로 국수를 삶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녀의 삶 앞에서 숙연해진다. 가격에서 기도가 느껴진다. 호근분식... 상호도 밝힌다.

미래뷔페...7000원 한식뷔페. 이 가격에 좋은 재료로, 골고루 맛있어서 사장님을 존경하게 됐다. 많이 팔아야 그나마 조금 남을 것인데... 몇 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잘생긴 청년으로 성장한 아들이 홀서빙과 카운터를 맡고 있다. 밥값이 너무 착해서 거스름돈은 받지 않으니 한사코 돌려준다.
토평공업단지 입구 7번길 식당. 아픈 남편 대신에 생계를 책임진, 가냘픈 체구의 엄마사장. 홀서빙을 감당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던 아들이 이제는 종횡무진하며 프로의식이 보인다. 아들까지 일으켜 세운 장한 엄마들.

6.25전쟁터에서 남편을 잃고 행상을 해 아이들을 혼자서 먹여 살린 우리들의 엄마.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은 묵묵히 자신만의 꽃을 피워내고 있다.
엄마들이 세상을 밝힌다. 엄마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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