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수 원장의 건강한 중년 100세

"젊어지는 약을 먹으면
젊을 때 생기는 병에 걸리고
먹지 않으면 나이 들어
생기는 병이 생긴다는 게
만고불변의 진리다..."

주말이면 SNS에 산을 헤매는 친구들의 사진이 올라온다. 도봉산, 불암산, 관악산, 청계산 등 서울 인근의 산을 돌아다니더니, 환갑이 넘어서는 평일에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와 제주도까지 섭렵하며 정상에 오른 인증사진을 올린다. 우리 사회가 바뀐 것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괴로운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것 같다. 사이가 틀어진 부부가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것은 정말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이 전체의 절반에 근접하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도 결혼이란 개념을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시기가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일찍이 높은 이혼율을 경험한 프랑스에서는 이혼율을 낮추기 위한 묘책을 찾아왔다. 한 사회학자는 현재의 결혼제도는 인간 수명 40세를 기준으로 설정된 낡은 제도여서 곱빼기로 사는 사회에서는 40세쯤 되면 현재 결혼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남녀로 갈아탈 것인지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학적으로 이런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도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크로마뇽인) 이전에는 누구도 40세를 넘기지 못했다. 인간이 이룬 문명도 수명이 늘어나면서 나이든 사람이 젊은이에게 지식을 전수해 이룩했다는 것은 이젠 기본상식이 됐다.
남대천에서 연어가 알을 낳고, 방정하고 죽음을 맞듯이 현생인류 이전의 인간은 폐경하거나 생식기능을 잃으면 생명이 끝났다. 그러나 경제력이 발전할수록 폐경이 길어졌고, 최근 우리나라 여성의 폐경기도 51세로 늘어났다.

인간의 몸이 바뀌어 백세를 사는 것이 아니다. 이때까지 40~50년 사용했던 낡은 몸으로 다시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수시대에는 인생 전반(前半) 몸 관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갱년기가 되면 여성이 먼저 화끈한 증상을 겪고 남성은 몇 년 후 비슷한 과정을 조금 덜하게 겪는다. 갱년기의 특징적인 증상은 얼굴 다한증과 안면 홍조다. 이에 대한 치료는 원발성 얼굴 다한증과 비슷한데, 다한증 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는 여성에겐 여성호르몬을, 남성에겐 남성호르몬을 처방한다. 여성호르몬은 오랫동안 고용량을 사용했던 옛날과 달리, 요즘은 5년간 낮은 용량을 권한다. 남성호르몬은 여성호르몬과 달리 근육주사를 맞아야 하며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다.

호르몬 치료를 권하면 여자는 유방암, 자궁암, 남자는 고환암을 말하면서 거부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젊어지는 약을 먹으면 젊을 때 생기는 병에 걸리고, 먹지 않으면 나이 들어 생기는 병이 생긴다는 게 만고불변의 진리다. 여성호르몬 대신 식물성 여성호르몬(파이토에스트로젠)도 간혹 효과 있는데, 이는 비슷한 열쇠라서 얼떨결에 문이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피를 뽑아 검사해도 여성호르몬의 수치는 증가하지 않는다.

남자들이여, 세상이 바뀌었다. 더 이상 집에서 쫓겨나 산을 헤매지 말자. 혼자 산을 오르더라도 제발 인증사진을 찍어 올리지 말자. 가까운 개천 주변이라도 아내와 손잡고 걷는 연습부터 시작하자.

<김응수/웃는세상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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