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농촌진흥청 밀연구팀 김경훈 연구사
농진청, 농업생산성 향상 통해 농가소득 높이고 산업화 기반 마련
항산화기능 높인 흑색밀과 누룩용 품종 개발
코로나에 따른 친환경 식문화 변화에 대응
소비자와 머리 맞대고 신품종 개발
“밀연구팀에서는 소비자들과의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7년, 밀 연구와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일반 소비자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기를 시작했죠. 주부, 대학생 등 50여 명이 참여해 수입밀과 차별화된 밀을 개발하자는 제안도 했죠. 그리고 농진청 밀연구팀에서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새로운 밀 유전자원을 엄선했고, 마침내 기능성 흑밀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또 2019년에는 ‘아리흑’ 밀을 식물특허로 개발했고, 2020년에는 ‘아리진흑’ 밀을 신품종으로 잇달아 내놨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흑밀을 가공업체와 공동으로 빵도 만들어보고, 밥도 지어보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너무 뿌듯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우리밀은 얼마든지 더 좋은 방향으로 다양한 변신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우리밀을 주제로, 농업인과 제빵사, 영양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들과 만나다보니 이런 저런 경험도 많아지고, 우리밀에 대한 애착도 연구의욕도 그만큼 높아진 것 같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 김경훈 연구사(39)는 최근 몇 년간 우리 밀 연구에 온통 빠져 산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기반으로 더 다양하고 우수한 우리 밀 품종을 매년 내놓고 있다.
다양한 용도의 밀 개발 과제
김 연구사는 지난해에만 색소 함유 ‘아리진흑’ 밀과 주류 생산용 ‘우주’ 출원을 비롯해 ‘식감이 개선된 증숙밀을 포함 조성물’의 특허등록, 유색밀 ‘아리흑’ 상표 특허출원, ‘밀 신계통 아리흑 또는 이를 포함하는 항산화용 식품 조성물’ 등 4건에 대한 기술이전을 마쳤다.
또한 ‘최근 국내 밀 육종성과 및 산업화 전략’ 6건의 논문게재와 학술발표, 국산밀 소비 활성화 MOU와 후속 빵용 밀 재배현장 기술지원 12건 등을 비롯해 통밀가루(전밀가루) 정의에 대한 기준 마련과 홍보 등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우리의 밀 소비량은 연간 1인당 31.6㎏(2019년)이다. 쌀 다음의 주곡 작물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부차원에서도 ‘밀산업육성법’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친환경 국산 밀에 대한 선호도가 80% 증가했다는 조사도 있다. 지난해는 또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에서는 밀 수출 제한을 선언하며 국제 밀 가격이 15% 급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밀 99% 수입국입니다. 식량자급 차원에서도 우리만의 우수한 밀 품종을 통해 차별화된 맛을 개발해야 진정한 우리 밀 자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인의 식습관이 서구화됨에 따라 밀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에 발맞춰 국민들에게 공급할 건강한 식재료를 확보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더불어 다양한 용도에 맞는 신소재 밀을 개발·보급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건강기능성 강화한 ‘아리흑’에 기대
김경훈 연구사와 팀 동료들이 우리 밀 산업화의 다급성을 인식하고 품종 개발에 착수해 최초로 개발한 품종이 ‘아리흑’ 밀이다. 천연색소를 함유한 기능성밀이다.
“‘아리흑’의 ‘아리’는 아름답다의 순우리말입니다. ‘흑’은 흑색을 의미하는데,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흑색을 내는 색소성분은 안토시아닌(총안토시아닌 12.7㎎/100g)과 탄닌(42.3㎎/100g)입니다. 두 성분은 흑색을 낼 뿐만 아니라 모두 항산화와 노화방지 등의 기능성을 가진 폴리페놀(158.8㎎/100g)에 속합니다. ‘아리흑’의 항산화 활성은 기존 일반밀 대비 10배에 달합니다. 더불어 부산물인 유색 밀기울의 폴리페놀 성분 또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분석돼 높은 수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외의 영양성분에 있어서도 ‘아리흑’은 일반 백밀가루보다 비타민B1, B2, 철, 칼슘 등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고, 세포실험에서 간세포 보호효과도 확인됐습니다.”
민관 협력 동해 국산밀 경쟁력 제고
밀연구팀은 유색밀의 산업화를 위해 수확시기별로 기능성분 함량을 분석하고, 색소 함량을 최대화하는 재배기술 개발과 함께 유색밀 통밀쿠키 등 가공레시피도 개발했다.
“개발된 기술은 농업인, 소상공인(제과제빵 업체) 등에 기술이전을 했습니다. 이는 통밀빵, 통밀쿠키, 통밀밥 등의 제품 공동개발로 이어져 기술이전 업체의 매출이 200%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향후 국산 밀가루로 유탕면보다 열량이 200㎉ 낮고 지방함량이 82% 낮은 건면으로 된 라면을 제조해 건면라면 시장 진출과 산업화로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밀연구팀이 개발한 국내최초 증류주용 밀인 ‘우주’는 주정 생산수량이 높고 당화효소 활성이 높은 품종으로 평가된다. 이 품종은 안동밀소주 개발의 재료가 돼 향후 증류주 부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입 밀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밀 시장에서 종자 생산농가, 제분업체, 제빵업체 등에 국산 밀 품종 활용기술 이전으로, 농업인과 소상공인의 창업을 가능하게 해 뿌듯합니다.
이를 통해 제품을 공동으로 개발하며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동시에 소상공인의 문제를 해결해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 협력구조 형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