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실종된 추석 - 코로나19에 청탁금지법까지…꽁꽁 얼어붙은 추석 농식품 경기

코로나19 발생 이후 두 번째 맞는 추석이다. 지난해엔 유례없는 팬데믹 속에서 풍성해야 할 한가위를 즐기지 못하고 외롭게 보냈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종된 추석경기와 자녀들의 귀성, 명절 농촌전통문화체험 등으로 왁자지껄 해야 할 명절분위기가 썰렁하기 그지없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 강화된 방역지침에 따른 모임 제한도 여전하다. 
대목을 맞아 북적여야 할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경기도 예전 같지 않다. 코로나19로 가족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차례음식을 준비하지 않거나 대폭 줄이면서 농수축산물, 가공식품 소비가 대폭 감소했다. 게다가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선물용 농림축산식품 판매가 부진해 농업인과 유통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가져온 새로운 유통방식은 어떤 이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한다. 
코시국(코로나19 시국)에 맞는 올해 추석 분위기를 특집으로 꾸며봤다.[편집자 주]

 

 

▲ 거리두기가 연장되고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마저 사실상 불발되며 농식품 경기는 대목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가족모임 줄듯…차례상 4인 이하 비용 13만원대
농협, 수급대책상황실 설치해 계약재배물량 풀기로

공급물량 대폭 늘려 가격안정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기상여건 악화로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작황이 개선되면서 오름폭은 점차 둔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추석물가안정대책에 의하면, 배추와 무는 고량지 배추 생산량 증가와 노지봄무 저장물량 출하가 늘어나면서 평년 대비 낮은 가격이 지속 중이다. 사과는 조·중생종 출하로 가격이 하락세고, 배는 아직까지 상승 중이다. 둘다 여전히 가격은 높은 수준이지만 올해 예상 생산량이 47만4000톤(전년대비 12.3% 증가), 18만4000톤(전년대비 39.0% 증가)으로 두자릿수 이상 증가해 가격은 안정화될 전망이다.

계란은 살처분농가 재입식을 추석 전까지 완료하고, 9월에 수입란 1억 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소·돼지고기는 수입확대 등 공급물량을 대폭 늘려, 소고기는 평시대비 1.6배, 돼지고기는 1.25배를 공급하고, 수입물량도 소고기는 평년대비 10%, 돼지고기는 5% 확대한다. 쌀은 8월 추가공급한 정부양곡이 인수 후 신속히 도정·판매하고 대형마트 등과 추석맞이 할인행사를 추진한다.

농협도 수급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가격안정을 위해 계약재배물량을 평시대비 최대 3배, 축산물은 농협공판장 도축물량을 최대 1.4배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농협경제지주 산지원예부 정지환 과장은 “1일부터 18일까지 성수품 공급 확대기간으로 정하고 물량공급을 10~213% 확대할 것”이라면서 “배추·무·사과·배 계약재배물량은 16일간 공급할 계획으로 각각 4960톤, 4160톤, 1만4000톤, 1만2000톤 등”이라고 밝혔다. 한우와 한돈은 농협의 4개 공판장에서 1만650톤, 2925톤을 공급하고, 닭고기는 목우촌음성계육공장에서 728톤, 계란은 한국양계농협에서 624톤을 공급하게 된다.

▲ 재난지원금은 전통시장에서 많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거리두기 연장으로 차례상 축소
정부는 10월3일까지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를 4주간 연장하기로 했다. 접종완료자는 4단계 6인, 3단계 8인까지 모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17~23일 추석연휴 기간에 4단계 지역의 경우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8인 모임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추석에도 비대면 명절 보내기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고, 전국 지자체도 고향 방문 자제를 호소하고 있어 차례상 비용도 덩달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외출감소에 의한 소비부진과 수요감소, 구매력 저하로 인한 소비부진의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난해 이미 예측한 바 있다. 비대면 판로가 늘어났다곤 해도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지면 결국 농축산물 소비자체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일단 가족친지의 방문이 줄어들면 차례상부터 간소화되면서 성수품 소비가 자연스레 줄 수밖에 없게 된다.

매년 명절마다 6~7인 기준으로 36개의 성수품목 비용을 조사해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대형마트 구매비용이 28만3616원으로 전년대비 6% 상승했고, 전통시장은 22만4181원으로 전년대비 5% 상승한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3~4인용 차례상 비용으로 환산하면 전통시장은 13만 원대, 대형마트는 16만 원대가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차례상 비용도 거리두기가 연장되며 사실상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명절대목을 기대한 농업인들에겐 거리두기 연장조치는 분명 큰 악재다.

▲ 지난 6일 국회 예결위에서 김부겸 총리는 청탁금지법 선물가액 상향 일시적 상향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혔다.

김부겸 총리 “청탁금지법 선물가액 상향 반대”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 사실상 불발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농민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청탁금지법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추석에 일시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질의에 김부겸 총리는 “법을 바꿔야지 계속 예외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한시적 상향에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청탁금지법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 결의안과 여야 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개정을 위한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음에 따라 이번 추석에는 기존 10만 원대 농축수산물 선물만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2년째 지속되며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에게 청탁금지법 선물가액 20만 원 상향조치는 그나마 한줄기 빛이었다. 지난해 추석의 경우 농식품 선물 판매액이 2019년 추석보다 304억 원 증가한 4646억 원을 기록했다. 설 명절에는 10만 원대 이하를 포함한 농축수산물 선물 매출이 56.3% 늘어났다. 10만~20만 원 선물은 과일 13.8%, 축산물 21.6%, 수산물 24%, 기타 농산물은 무려 127% 증가하는 등 전체 비율로 따지면 전년 설보다 19% 이상 늘어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8월20일 국민권익위원회 정문 앞에서 한국종합농업인단체협의회(이하 종단협)는 청탁금지법의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가액 상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종단협은 이날 “명절 선물 비중이 높은 국내산 농수산물 소비 행태를 고려할 때 청탁금지법상 선물가액 상향 시 별도의 사회적 비용 없이 국내산 농수산물 소비 증진으로 농가 경영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부겸 총리가 사실상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반대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추석 대목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종단협 강현옥 감사(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장)는 “그동안 국민권익위원회와 면담을 통해 지금 힘든 농업계 현실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결국 이런 현실을 외면해 버린거나 마찬가지”라며 “이렇게 된 이상 정치권이 법을 바꿔 아예 상한액을 올리든지 농산물을 청탁금지법에서 아예 빼든지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농촌진흥청의 지난해 농식품 소비동향 분석결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농산물 구매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전 재난지원금 풀려 농업계 일말 기대

재난지원금 사용처로 전통시장 등에 몰릴 듯
지난해 제1차 재난지원금은 전국 2216만 가구에 총 14조2357억 원이 지급됐다. 현금・지류형 상품권 등을 제외한 지급액 12조1273억 원 중 12조656억 원(99.5%)이 사용기한인 8월31일 내 사용됐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제1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2020년 21〜22주(5월18〜31일)의 2주 동안 2019년도보다 카드사용액이 상승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소비자패널 880명 대상으로 실시한 재난지원금 농식품 소비동향 분석결과, 한우와 돼지고기, 제철농산물 등 농식품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고기와 한우 구입이 늘었다는 응답은 44.6%, 34.4%였다. 제철 농산물의 소비도 큰 폭으로 늘었는데 쌈채류와 과채류, 채소류 구입도 크게 늘었다. 농산물 소비에 있어 소비진작 효과를 거뒀음이 확인된 것이다.

그래서 가구소득 하위 80%에게 1인당 25만 원이 지급되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이 추석 전에 지급되며 소비진작에 농업계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다. 재난지원금 사용처가 대형마트와 온라인은 제외되면서 슈퍼마켓과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던 조사결과를 고려해 농식품 소비패턴에 맞춰 판로도 이를 반영해야 재난지원금 효과가 농산물 소비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도 이에 농축수산물의 내수위축을 줄이기 위해 이번 추석에 유통업체 할인행사별 1인당 할인 한도를 1만 원에서 2만 원으로 높였다. 특히 재난지원금이 많이 쓰이게 될 전통시장에서 쿠폰의 할인율을 30% 지원하고, 전통시장 전용 배달앱인 ‘놀러와요 시장(놀장)’을 활용한 할인행사도 별도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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