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00)

국내에서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냉동인간 사례가 나왔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50대 김모씨가 지난해 5월 혈액암으로 숨진 자신의 80대 어머니를 냉동보존한 것이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
김 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같이 살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6개월만에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화장을 3시간 정도 앞두고 고민 끝에 가족 모두의 동의를 얻어 어머니 시신의 냉동보존을 결정한 것이다.

김 씨는 보존 계약기간인 100년 안에 냉동인간의 해동기술이 발전한다면 잠시나마 어머니를 다시 뵐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에서 냉동보존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총 비용은 1억500만 원.
그는 의아해 하는 주위사람들에게, “어머니는 돌아가신 게 아니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더 살고싶어 하시던 어머니가 눈을 뜨고, 다시 만나면, ‘엄마, 잘 잤어?’라고 묻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냉동보존처리는 빠르게 진행됐다.
장례식장 안치실에 고인을 모신 뒤 장례 기간동안 보존온도가 영하 20~30℃를 유지토록 했다. 장례식이 끝난 후 어머니의 시신은 홀로 화물기에 실려 러시아 모스크바의 냉동인간기업인 크리오러스(KrioRus)로 가 액화질소가 가득찬 영하 200℃의 냉동챔버(캡슐)에 안치됐다.

# 세계 첫 냉동인간은, 1967년 간암으로 숨진 미국의 제임스 베드포드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다. 당시 73세. 그로부터 54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미래 암 치료법이 나올 때까지 영하 196℃의 질소탱크 속에 들어가기를 자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신은 아직도 미국 애리조나의 알코어(Alcor) 생명연장재단에 보관돼 있다.

베드포드처럼 지금까지 전 세계에는 의·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다리며 꽁꽁 얼려진 채로 잠들어 있는 냉동인간이 600여 명이나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깨어난 이는 아무도 없다. 본래 냉동인간은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병을 앓거나, 사망을 코앞에 둔 사람을 액화질소 속에 산채로 얼려놓은 것을 말한다.

# 냉동인간의 부활에 대해 전문가들 대부분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동물실험도 전혀 안된 기술로 사람을 냉동시키는 것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냉동인간을 온전히 해동하는 기술은 아직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저온의 액화질소 속에서 산 채로 얼려 냉동처리 된 인간을, 생체시간을 멈추게 해 세포가 노화되지 않게 그대로 보존시킨 다음, 이를 의학이 발달한 미래에 다시 소생시켜 병을 치료하거나,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것이 냉동인간을 만드는 최대 목적이다.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설혹 다시 소생한다 한들 그 나머지의 삶이 과연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지구상에 다시 깨어난 냉동인간이 아직 한 사람도 없으니, 알 길이 없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