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기획: 농촌여성 디지털생활 완전정복 – 충남 당진 인정농장 이명옥 대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부는 2014년부터 스마트팜의 보급과 확산을 추진하면서 농업인들도 기술 역량을 높여 4차산업시대에 디지털농업을 발맞춰나가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여성농업인과 중소농도 적합한 스마트농업을 각각의 품목에 적용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본지는 디지털농업을 구현하고 있는 전국의 여성농업인을 만나본다.

▲ 이명옥 대표는 8만 평 논에 드론을 활용해 벼농사 지으며 노동력 걱정 없는 농업을 이어가고 있다.

농기계 몰고 제초보트 조종하며 활약
벼농사에 ‘드론자격증 1급’ 취득 앞둬

각종 농기계 운전도 ‘척척’
이명옥 대표(한국생활개선당진시연합회 수석부회장)는 ‘최대한 부부가 나서서 일하되, 농기계로 덜 힘들자’를 좌우명으로 농사 짓는다. 어려서부터 기계에 두려움 없이 빨리 배웠던 이 대표는 농부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마을에서 최초로 운전면허를 한 번에 따고 화물차를 모는 여성이었다고 한다. 
“부부가 물려받은 재산 없이 농사 짓다보니 젊어서 농토 사는 데 세월을 보냈어요. 임대한 논에서 농사짓고 전셋집에서 생활하면서 한 푼이라도 모으면 땅을 샀죠. 농사일에 인건비 나가는 게 아까워 남편을 따라 농기계를 배웠죠. 일하는 파트너로 부부보다 편한 사람이 없기도 했고요.”

인정농장의 24만㎡(8만평) 논은 승용관리기와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지게차, 건조기 등으로 운영된다. 서산AB지구간척사업에 투자한 간척지 논과 당진의 논으로 농지를 나눠 부부는 농기계를 2대씩 구비해 놓는다. 농기계가 다양한 만큼 남편은 농기계 사후관리에 집중한다고 했다.
“남편에게 마누라보다 농기계를 더 아낀다고 말할 정도예요. 봄에 모 심는 이앙기와 가을에 벼 베는 콤바인은 계절 지나면 창고에 묵혀둬 내년에 쓰려고 꺼내면 수리비가 많이 나와요. 사용하고 관리를 잘해야 농기계 수명도 늘어나니까 내부를 깨끗이 청소하고, 수시로 기름칠 해주고 창고에 있어도 비닐을 덮어두면서 관리해요. 저희 콤바인이 10년 됐어도 거뜬한 이유입니다.”

농촌여성, 디지털농업에 눈 뜨다
농기계를 수준급으로 다루게 되면서 부부의 관심사는 온통 농기계에 가있게 됐다. 더욱 편리하고 기능이 좋은 농기계 출시 정보를 놓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디지털농업의 발달로 출시된 제초보트를 구입하고, 모를 심으면 리모컨으로 보트를 조종해 제초제를 준다고 했다.
“예전에는 사람이 논에 들어가서 농약병 들고 일일이 뿌려야 했는데, 제초보트가 사람 대신 논을 유영하면서 제초를 대신 해주니 참 편리해요.”

실사용으로 제초보트를 체감한 이명옥 대표는 생활개선회와 농업 정보를 나눠 농기계를 필요로 하는 회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회원들도 안전하게 농작업 하라고 당진시농업기술센터에 작목별맞춤형안전관리시범사업을 신청했어요. 사업비 5000만 원으로 제초제살포무인보트를 3대를 회원농가에 보급하고, 농가마다 필요한 소형농기계와 편이장비 수요를 취합해 고추수확운반차 3대, 농산물정선기 32대, 충전식분무기 27대, 농약보관함 외 6종 보급에 앞장섰어요.”  

남편도 같은 시기에 드론을 조종하기 위해 드론자격증 1급을 취득했다. 남편의 자격증 합격을 돕기 위해 질의응답을 복습하며 같이 공부했다.
“9월부터 저도 정식으로 드론자격증교육을 받아요. 이미 작은 논에서는 저 혼자 드론을 조종하니까 남들보다 빨리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 모심기 이후에는 논에 제초보트를 띄우고 리모컨으로 조작해 제초작업을 쉽게 한다.

드론지원사업, 나이 제약 없어야
이명옥 대표는 드론을 인정농장에 들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연을 들려줬다.
“남편이 드론자격증 1급을 취득했으니 드론을 마련해야 되는데, 청년농에게만 드론을 지원해줘 역차별을 느꼈어요. 당진시농업회의소 대의원이기도 해서 직접 회의에 참석해 건의했습니다. 드론을 청년이라 해서 무조건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손이 부족하고 고령화로 노동에도 어려움을 겪는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도 보조사업이 가야한다고 말했어요.”

이명옥 대표는 하는 수 없이 2400만 원의 자부담을 들여 드론을 구입했다고 한다.
“드론으로 농사 지으면 빠르면서도 고르게 비료를 살포해요. 8만 평에 관리기로만 비료 주면 3~4일 걸리고 벼쓰러짐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드론을 활용하면 2일이면 충분하죠.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근골격계질환까지 예방할 수 있어요.”   

밭농사에도 드론을 쓰면 작물을 밟을 염려가 없어진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직접 드론을 조종해보니 드론도 계속 진화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전봇대나 나무 등 장애물에 충돌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AI 기술이 접목돼서 장애물을 인식해 충돌하지 않고 드론이 정지해있어요. 앞으로 드론 작동법이 점점 더 쉬워질 수도 있을 거라고 봐요.”
이명옥 대표는 드론 조작이 게임기와 닮았다고 했다. 리모컨 조작을 밀고 당기면서 드론을 전진시키고 좌우로 움직이면서 고잔 7분이면 비료 살포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드론은 다른 농기계보다 관리가 쉬워요. 비료를 넣는 통이 작아 세척하기 수월하고 프로펠러만 닦으면 되니까 사용법만 제대로 숙지하면 앞으로 농사 짓기 더욱 편할 거 같아요.”

▲ 모내기철에 이 대표는 수시로 육묘장에서 이앙기를 운전해 트레이를 운반하면서 시간과 노동력을 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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