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경영협약은 가족구성원의 동등한 농업경영 참여와 분명한 성과공유 등을 협약하며 농가의 양성평등 의식을 높이고 여성농업인의 직접적 지위 향상을 위해 만들어졌다.

취재를 하면서 협약 후 농가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교육현장에서 부부가 느꼈던 점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협약 전 배우자의 만행(?)까지 여성농업인과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특히 가정 내 문제를 듣다보면 고질적인 가사노동 분담으로 항상 이야기가 흐르곤 하는데, 협약을 맺은 후 남편이 많이 돕는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항상 남편이 가사노동을 ‘돕는다’는 표현이 마음 속에 걸렸다. 그 표현에서 가사노동은 온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남편이 보조적으로 힘을 보태준다는 뉘앙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은 가족구성원이라면 응당 해야 하는 일이므로 돕거나 고마워해야 할 차원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자란 세대에게 이러한 변화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기왕 변화를 꾀한 김에 더 과감하게 내 몫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 농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듯 가사일 또한 공동의 몫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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