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경영협약 농가 탐방- 충북 괴산 최혜진·김태균 부부

재산 동등하게 나눈 다른 부부 보며 깨달은 바 많아

가족경영협약 교육 이후 공동경영주 등록도

▲ 괴산군연합회 최혜진 직전 회장과 남편 김태균 씨는 부부경영협약을 계기로 공동경영에 대한 마인드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결혼을 하면서 농사에 종사하게 된 괴산군연합회의 최혜진 직전 회장. 수십 년간 부부가 함께 일궈온 농사이지만 대부분의 재산은 남편 김 씨 몫이었다. 2018년 가족경영협약 교육을 받기 전까진 이 점에 대해 큰 불만이 없었으나 경영협약서를 쓴 이후 최 회장의 마인드는 달라졌다.

괴산군의 만능테이너
최 회장은 가족경영협약 이후 제 몫을 챙기기 시작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옛말처럼 재산 또한 그렇게 관리해 왔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그간 자신이 해 온 고생이 모두 헛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최 회장은 충북 괴산에서 배추, 고추, 옥수수 등 2만5000평 농사를 남편과 함께 짓는다. 시부모님이 짓던 농사를 물려받고, 작목을 늘리고, 판로를 직거래 방식으로 개선하며 규모를 늘려왔다. 직거래 고객이 늘면서 최 회장의 괴산 농장을 직접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최 회장은 그간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쌓아 온 실력을 바탕으로 고객들을 위해 농촌문화체험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이 타지에서 많이 와요. 농장에 직접 오면, 우리 동네 산세가 예쁘다고들 감탄하더라고요. 이왕 방문한 김에 농촌을 제대로 즐기고 갈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체험도 함께 마련하면 좋을 것 같아 체험농장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숲골농원에서는 김장 체험, 조청 만들기, 꽃차 교육, 농업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이렇듯 농사에, 농업 부가가치 창출에도 열을 올려 온 부부다.

허탈함 밀려왔던 가족경영협약교육
그런데 우연히 참석하게 된 부부경영협약교육에서 최 회장은 허탈함을 느끼게 됐다. 교육 시간 중 남편과 아내가 각각 재산 분할을 어떻게 해왔는지 확인해보는 시간이었는데, 최 회장 앞으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농기계, 농지 등이 누구 앞으로 돼있는지 스티커를 붙이는 시간이었는데, 제 칸은 붙여진 스티커 없이 텅텅 비어있는 거에요. 허탈했죠. 그동안 당연하듯이 모든 농지와 재산을 남편 앞으로 해왔지만, 막상 제 몫이 없다는 점을 눈으로 확인하니 서운하더라고요.”

특히, 동등하게 재산을 나누거나, 자신의 몫을 잘 챙긴 다른 회원들을 보면서 경각심도 들었다. “잘못됐다는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동네 주민들도 다들 비슷했으니까요. 그런데 전국에서 모인 여성농업인들을 보며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간을 계기로 최 회장은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고 덧붙였다. 남편 김 씨도 아내의 몫을 챙기지 못했던 점을 미안하게 생각했다고.

“교육을 받은 이후, 저는 남편의 농사일을 돕는 보조자가 아니라 함께 농업을 이끌어가는 공동경영주라는 의식이 더욱 강해졌어요. 실제로 공동경영주 등록을 하기도 했고요. 또 농사일 관련해서 이전보다 남편과 상의하고 의논하는 일이 많아졌답니다.”

가족경영협약교육은 농사일뿐 아니라 가정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생활개선회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최 회장에게 남편은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었지만 가사일, 특히 주방일은 온전히 최 회장의 몫이었다. 그런데 가족경영협약 이후 자연스럽게 가사일도 분담됐다는 것이 최 회장의 말이다.

“농촌체험장운영이나 생활개선회장 등 모두 남편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그런데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진 않았었어요. 온전히 제 몫이었는데 가족경영협약서를 쓴 이후로 많이 도우려고 애쓰더라구요.”

특히 최근에는 농촌에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더욱더 내일, 네일 구분이 없어진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농촌에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일손이 많이 부족하고, 하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남편이 적극적으로 돕네요.”

이렇듯 최 회장은 가족경영협약 효과를 톡톡히 봤다. 최 회장은 부부가 함께 농사일을 하다보니 외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교육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며 다른 회원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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