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체과 강상호 연구관

결명자 기능성분 ‘안트라퀴논’ 생합성 대사경로 밝혀
신약 등 결명자의 산업적 활용가치 높여
유전능력 우수한 신품종 개발에도 큰 도움 

▲ 강상호 연구관

“의미를 부여한다면, 현재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식물 안트라퀴논 생합성 대사경로를 밝힘으로써 이 분야의 핵심 기반을 확립했다는데 두고 싶습니다. 지난 7년 동안 저와 동료 연구팀은 결명자의 유전자지도, 물리지도 구축과 대사물질 프로파일링 등을 수행함과 동시에 생화학적 방법으로 CHS-L(식물의 다양한 천연물 생합성 기능을 가진 유전자) 단백질이 안트라퀴논 생합성에 관여함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연구자가 참여했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전공 분야를 가진 연구자들과 서로 협력을 통해서 고비도 넘었고 성과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체과 강상호 연구관(47)은 지난 8년여 동안 유전체과를 지키며 결명자의 기능성 성분 안트라퀴논 생합성 대사경로를 밝혀내고, 유전체를 해독하는데 공헌한 대표적 연구원으로 꼽힌다.

강상호 연구관은 그동안 ‘결명자에서 안트라퀴논 생합성의 게놈기반 발견’ 등 3건의 논문과 ‘안트라퀴논 생합성 기능을 가지는 결명자 유래 유전자 및 이의 용도’ 등을 산업재산권 출원했다. 이밖에도 결명자 관련 다양한 홍보 진행을 비롯해 학술성과도 이뤘다. 강 연구관은 이 같은 결과를 인정받아  한국유전체학회 학술발표 대상(2020), 국립농업과학원 최우수 논문상(2020) 등을 수상했다.

약용작물은 현대 사회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생물자원의 보고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는 상황이다. 천연물 소재 의약품, 건강기능성식품과 식품첨가제로의 산업화가 가속되면서 세계 기능성 시장 규모는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약용작물 중에서 안트라퀴논 천연물은 의학적 특성과 환경 친화적인 염료를 포함하는 용도로 인정받는 자연 화합물입니다. 다양한 안트라퀴논 유도체는 항암, 항균, 항바이러스, 항산화, 항골다공증, 항우울증, 항염증과 변비 치료 등 다양한 기능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물 안트라퀴논 생합성 대사경로와 관련 유전자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과는 달리 잘 알려져 있지 않았었지요.”

안트라퀴논 유도체 개발 등 
결명자의 산업적 활용 가속 

결명자는 전통의학서인 동의보감에 ‘눈을 밝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또 항암과 혈관질환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왔다. 결명자의 주요 약리성분인 안트라퀴논 시장은 12억5000만 달러로 매년 7%씩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안트라퀴논은 콜레스테롤과 혈압 강하, 동맥경화 예방 등의 효능이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식물 내 생합성 대사경로는 규명되지 않았었지요. 그런 점에 주목해서 저와 동료들이 결명자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강 연구관과 동료들은 농진청이 1994년에 육성한 고유품종 ‘명윤결명’을 이용해 안트라퀴논 생합성 대사경로를 규명하는 등 결명자 유전체를 세계 최초로 해독했다. 강 연구관과 동료들은 결명자 유전체 547Mb 중에서 526Mb를 조립해 96% 해독을 완료하고, 총 4만5268개의 유전자를 발굴해 그 정보도 등록했다. 

또한 결명자와 같은 콩과에 속하는 대두 등 16개 식물과 비교분석을 통해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성화합물 생합성 유전자 수가 다른 콩과 식물보다 더 많은 것도 확인했다. 
“결명자 연구의 많은 성과 중에서도 유전체 해독 정보를 통해 기능성 물질인 안트라퀴논의 생합성 과정을 과학적으로 해석했다는 데에도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또 안트라퀴논 계열의 한 종류인 에모딘 전구체(중간물질) 생합성에 'CHS-L9'(CHS-L은 식물의 다양한 천연물 생합성 기능을 가진 유전자) 유전자가 관여함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지요. 동시에 안트라퀴논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CHS-L 16종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유전체는 한 생물체가 지닌 모든 유전정보의 총합이며, 그 생물체의 형태, 생리대사, 유전요소, 행동양식 등을 결정짓는 유전자의 설계도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강 연구관과 동료들의 연구로 결명자 퍼즐의 첫 번째 단계를 확립하게 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안트라퀴논 생합성에 관련된 모든 유전자 군을 신속히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결명자 유전체의 세계 최초 해독과  안트라퀴논 생합성 대사경로 구명은 세계적 학술지인 Nature Communications에 2020년 11월 게재됐다. 또한 ‘안트라퀴논 생합성 기능을 가지는 결명자 유래 유전자 및 이의 용도’로 특허 출원도 마쳤다. 생물연구정보센터(BRIC)의 ‘한빛사논문’으로도 등재됐다. 

“이번 연구결과로 신품종 육성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기대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전체 해독으로 얻어진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하고, 유용유전자를 활용한 신약이나 식품 개발 등 결명자의 산업적 활용가치도 그만큼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결명자 유전자 정보를 해독하면 우수하거나 불량한 형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파악할 수 있어 새로운 품종을 육성할 때 우수 품종을 정확하게 선발할 수 있지요. 또한, 안트라퀴논 유도체 개발과 대량생산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의약, 식품, 화장품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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