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상생 현장을 가다 – 맛있음연구소 조완일 대표

맛있음연구소 조완일 대표는 농업인이 가공식품을 개발할 때 직접 재배한 정직한 원재료라는 자부심에 빠지게 되면 자칫 ‘맛있음’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완일 대표에게서 농가공식품을 맛본 소비자들이 맛있다고 느끼고, 재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맛있음’이 형성되는 과정을 자세히 들어봤다.

▲ 조완일 대표는 고립된 농촌 특성상 소비자를 대신한 지역민을 대상으로 맛 평가를 실천한다면, 이에 필요한 맛 평가 질문지와 맛 분석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개인 취향 강화된 MZ세대 소비에 마케팅 전환 필요
맛 평가 질문지·분석프로그램으로 객관적 점수 도출

15년간 수집한 식품 4000여종이 기반
조완일 대표는 맛있음연구소와 함께 자회사 센소메트릭스를 운영한다. 주로 유명 식품기업의 블라인드 맛 테스트를 대행하는 의뢰를 받는다.

“기업에서 직접 맛 평가를 진행하면 브랜드 충성도 때문에 평가가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소비자를 모집하고, 맛있음연구소에서 기업명을 가린 출시 예정 가공식품을 제공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수집한 맛 평가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수치화하고 있습니다.”

15년간 맛 평가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축적된 데이터는 가공식품 4000여 종에 달한다. 과거조 대표는 오리온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새롭게 출시되는 식품의 맛 연구에 매진했다. ‘맛있음’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가치를 몸소 체험하면서 ‘맛있음연구소’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계기가 됐다.

“농업인이 창의적인 농식품을 개발해도, 취향이 맞는 소비자가 있어야 꾸준히 소비됩니다. 아무리 식품이 뛰어나도 소비자가 없으면 로컬푸드장터에서 제품을 소개해도 지속적으로 찾는 사람이 없어요.”

맛 평가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를 조완일 대표는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나 시군농업기술센터 등 지원을 통해 맛 테스트를 시도하면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농촌에서 직접 농산물을 가공하는 농업인은 소규모로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과 식품군이 겹치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사람은 마음과 혼합된 ‘맛있음’ 느껴
“맛있음이란, 사람의 마음과 식품의 맛이 만났을 때 기분 좋은 느낌입니다. ‘맛’은 영양성분이 관여되지만 ‘맛있음’에는 감정이 복합적으로 관여되죠.”

그는 농업인들이 ‘맛’보다 ‘맛있음’에 집중해 식품 개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의 맛과 마음의 만남을 이해해야 합니다. ‘추억의 보리빵’이라고 했을 때 소비자가 저마다 추억이 다른데, 식품을 어떻게 소비자의 추억과 연계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됩니다.”

또, 맛을 평가할 때 개인의 취향이 존중돼야 더욱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가 소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막걸리를 예시로 들었다. 
“예전에는 한라봉, 밤, 잣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한 막걸리를 출시해도 크게 소비되지 않고 관광식품에 머물렀는데, 이제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삶에 가치 있는 소비를 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졌어요. 막걸리를 단순 애국심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 친구에게도 다양한 막걸리를 추천해주는 날도 와야죠."

▲ 맛있음연구소에서 개발한 검사키트는 개인의 맛 민감도를 측정해 취향을 확인할 수 있다.

농업인, 주변인에게 맛 평가 실천 필요
그는 식품기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식품 생산자에게도 맛있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맛 감각유형을 알 수 있는 센소타입 검사키트를 개발했습니다. 개인의 맛 민감도를 측정해 취향을 확인할 수 있어요. 교육에서 농업인 20명을 대상으로 체험했을 때 저마다 예민도와 둔감도가 다르게 측정됐어요. 소비자에게 식품이 짜다는 컴플레인이 접수돼 생산자가 확인했을 때 입맛이 달라 안 짜다고 느껴 의아했던 경험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됐어요."

연구소는 맛 평가를 스스로 실천해보려는 농업인에게 맛 평가 질문지와 분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기업고객에 제공되는 맛 평가 프로그램 센소툴, 센소테이스트, 센소어워즈 등을 경영규모에 상관없이 똑같이 제공해 4000여종의 맛의 정보 기반을 공급한다.

“농업인이 소비자에게 맛 평가를 할 수 없는 환경이면, 주민들에게 맛 평가를 해서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도 키워야 합니다. 예를 들어 된장찌개를 손님에게 맛 평가를 받아 전통장 맛을 데이터화하는 겁니다. 맛을 분석하는 방법을 모르는 수준에서 데이터화 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면 보다 경쟁력 있는 고민이 가능한 경영인으로 거듭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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