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고- 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과 권순우 연구관

작물 마이크로바이옴 활용해
면역증진․병 방제․생육촉진 등
농업 생산성 향상 기대...

▲ 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과 권순우 연구관

1600년대 네덜란드의 안토니 반 레벤후크는 자신이 고안한 현미경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체인 미생물을 최초로 관찰했다. 1800년대 후반에는 루이 파스퇴르, 로베르토 코흐 등이 고안한 세균의 순수 분리방법을 통해 미생물의 실질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세균, 곰팡이, 효모 등을 포함하는 미생물 연구가 유전자 분석 기술과 함께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특정 생태계 내 존재하는 미생물을 총칭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이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과 공생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체의 집합을 뜻한다. 최근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해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을 비롯해 알레르기, 아토피, 천식 등 면역질환, 자폐, 치매, 우울증 등 신경질환과 각종 암, 감염성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발병과 치료에 미생물이 관련돼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은 여러 질병에 대한 위험성 증가와 관계가 높으며, 비이상적인 면역 반응과 대사 반응을 유발한다고 한다.

이러한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2014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미래를 바꿀 세계 10대 유망 신기술로 선정된 바 있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는 대변은행을 운영해 다양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보존하고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한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 즉 대변 시료를 대장내시경을 통해 환자에 이식하는 치료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내 미생물은행을 통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시료, 분리 미생물과 미생물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인간과 공생하는 것처럼 미생물은 다른 생물체와도 공생한다. 식물체와 식물의 뿌리 주변에도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식물을 둘러싼 미생물 군집과 유전체 정보를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작물 마이크로바이옴이라 부르고 있다. 작물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미생물 군집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하고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작물 마이크로바이옴의 작용을 밝히고 이들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조만간 건강한 작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작물 면역 증진과 병 방제, 생육 촉진 등을 통해 농업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 작물 생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물 주변의 토양을 비롯해 작물 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한창이다. 연구를 통해 다양한 시료와 미생물, 관련 유전정보가 생산되고 있으며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자료들은 작물 마이크로바이옴 활용을 위한 중요한 밑천이 된다. 이들의 보존과 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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