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111)

"세계 폐수량의 20% 이상과
탄소배출량의 8%가
패션업계에서 비롯된다..."

스웨덴의 ‘환경소녀’로 널리 알려진 그레타 툰베리가 패션잡지 ‘보그’(Vogue)의 표지 모델이 됐다. 스칸디나비아판 보그 창간호다. 보그지는 디자이너에겐 필독서이며, 앞서가는 유행과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정보가 가득한 책이다. 툰베리가 그런 잡지의 표지모델이 된 것이다. 특별한 경우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어린 시절부터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졌고, 그녀가 15세이던 2018년 8월부터 기후변화 법안 마련 촉구를 위해 금요일마다 의회 앞에서 홀로 시위를 시작했다. 이를 트위터에 올린 것이 서구권의 진보 성향 청소년층에게 큰 파장을 일으키며, 그녀가 쏘아 올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은 2019년 세계적인 기후 관련 동맹휴학 운동을 이끌었다. 최연소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에 올랐고, 2019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감각했던 사람들의 환경의식을 깨우치며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가 된 것이다.

보그(Vogue)는 이탈리아어 ‘voga’에서 온 말로, 유행을 일컫는 프랑스어다. 1892년 미국의 아서 볼드윈 투르누레(Arthur Baldwin Turnure)가 주간지로 출발해 오늘날 세계최고의 패션잡지로서 패션 트렌드와 패션산업을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패션모델로서 이 보그지의 표지에 한 번 등장하면 일단 성공했다 봐도 무방할 정도다. 1916년에 영국에서 첫 국제판이 창간된 이래 현재 26개의 국제판이 있다.

한국판 보그 코리아는 1996년 8월에 처음 발간됐다. 나라마다 특징은 있으나 패션잡지이다 보니 표지엔 유행의 선도자인 사교계 미녀, 연예인, 모델 등이 주로 올려지지만, 때론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강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2016년 5월, 영국판 보그는 100주년을 맞아 100살의 고령 백발 여성을 모델로 내세워 고령사회에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이태리판 보그는 2020년 코로나19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세계에 대한 존중을 표하기 위해 역사상 최초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새하얀 4월호 표지를 내놓기도 했고, 영국판 2020년 7월호에는 코로나19에 맞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는 일선 여성 근로자 세 명을 표지에 내세우기도 했다.

금번 스칸디나비아판 보그 창간호의 첫 표지에 툰베리를 등장시킨 것도 특별한 의미가 느껴진다. 화보에서도 그녀는 버려진 코트로 만든 트렌치코트를 입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옷을 산 게 3년 전이고 그마저도 중고품이었다”고 했다. 또한 옷을 일회용품으로 취급하는 ‘패스트 패션’ 경향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지만,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산업을 장려하는 것이며, 패션업계들이 벌이고 있는 탄소배출 감량 노력도 효과없이 친환경 이미지만을 따온 ‘그린 워시’ 마케팅이라 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렇다. 유엔은 전 세계 폐수량의 20% 이상과 탄소배출량의 8%가 패션업계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녀의 비판에 공감하며, 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바로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그녀의 외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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