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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영 참여자 모두가 즐겁게
농업에 종사하는 환경 만드는 약속

▲ 박정화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농업경영이 이뤄져오면서 상대적으로 여성농업인에 대한 가치와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현장의 인식은 아직 저조하다. 2018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영농현장에서 남성농업인에 비해 여성의 지위를 낮게 인식한다는 의견이 81.1% 정도로 나타났다. 특히 직업적 지위에서 여성을 공동경영주나 경영주로 인식하는 비율은 가족 종사자로 인식하는 것보다 낮았다. 

정부는 2001년 ‘여성농어업인육성법’을 제정했다. 여성농업인의 권익 보호와 직업적 지위 향상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건강한 농촌가정과 농촌사회 발전 구현을 목표로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오고 있다. 제5차(2021∼2025)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농촌 성평등 정책이 확대됐다. 제1차에서 제5차까지 기본계획의 주요내용은 여성농업인의 경영능력과 지위 향상, 모성권 보장과 보육여건 개선을 통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정책과제였다. 특히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은 제1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에서부터 경영능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농업·농촌에서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매우 필요한 부분임이 분명하다.     

농촌진흥청은 농가의 양성평등 의식을 높이고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지위 향상을 위해 2002년 ‘가족경영협약’ 모델을 개발한 바 있다. 가족경영협약이란 가족구성원의 동등한 농업경영 참여와 성과 공유를 위해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고, 공동의 경영목표와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가족단위의 농장경영을 합리화하는 것을 말한다. 가족 내 양성평등, 노동에 따른 보수와 휴가, 부모와 자녀 간 원만한 영농승계 등 농업경영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주요사안을 합의를 통해 결정해 문서로 작성하는 것이다. 가족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가족경영협약서는 농가가 추구하는 경영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가족 간 알맞은 역할 분담과 협력의식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달라진 농업환경에서 농가의 경영여건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고 경영의 투명성도 높일 수 있다.  

첫 가족경영협약 교육은 지난 2004년 대전지역의 22농가를 대상으로 추진됐고, 2015년부터는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농촌에 거주하는 여성농업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확대해가고 있으며, 2020년까지 총 433농가가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교육에 참여한 농가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가족경영협약 실천은 농가 경영개선에 도움이 되고(99%), 여성의 지위 향상(95%)은 물론, 일과 생활을 균형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82%) 답했다. 올해도 8월말부터 11월까지 3차례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가족경영협약은 농업경영에 참여하는 모두가 즐겁고 보람을 느끼며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약속이다. 특히 남성중심의 농업경영에서 보조자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성농업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농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농업인이 스스로 경영주로서 지위를 확보하려는 의식 전환과 함께 가족경영협약에 동참한다면 농업에서의 양성평등도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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