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카네이션 요양병원 노동훈 병원장

인간은 인생에서 1/3을 잠을 자는 시간에 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불면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한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폐업, 실직, 외부활동 위축 등으로 코로나블루를 겪으면서 불면증 환자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불면의 시대, 우울증과 불면 해결책을 제시한 ‘코골이 남편, 불면증 아내’란 책을 펴낸 카네이션 요양병원 노동훈 병원장으로부터 잠을 잘 자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노동훈 병원장은 2005년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12년 동국대학교 부속 일산병원에서 비뇨기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그는 2014년 의정부에 있는 카네이션 요양병원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잠을 못 자면 심사숙고 못하고
잘못된 행동 제어 힘들어... 
수험생은 시험문제 집중 못하고
온화했던 사람이 난폭해질수도...

야간활동 늘고 생활 복잡해지면서
불면환자 증가

“요양병원 입원환자들 중에는 우울증을 겪으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입원환자에겐 쾌면(快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저를 비롯해 병원 종사자 모두가 불면치료 서비스에 힘쓰기로 다짐하고 불면 해결책을 제시한 책을 내게 된 거죠.”
잠을 자는 패턴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고 노 원장은 말한다. 그래서 잠을 잘 자려면 자신에게 필요한 적정 수면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또한,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제대로 알고 자신만의 수면습관을 계속 지켜야 하며, 자신만의 수면패턴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노 원장은 쾌면을 위해서는 잠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취침 전에는 마음이 안정되고 걱정이 없어야 하는데, 잠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조작하면 청색광이 뇌의 교감신경을 자극해 잠드는 것을 방해합니다. 뇌의 활동을 식히고 나야 잠이 잘 오는데, 스마트폰을 보면 그게 쉽지 않아 잠을 방해합니다. 때문에 잠자기 전에는 가급적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잠을 방해하는 요인은 빛, 소음, 온·습도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도시생활을 하다 보면 창을 통해 스며들어오는 빛과 외부 소음으로 인해 수면을 방해받게 됩니다. 또한, 야간활동이 많아지면서 수면 방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섬세하고 호르몬 변화 많은 여성이 만성보다 불면 심해
예전엔 비교적 단순한 생활패턴으로 인해 불면증 환자가 적었는데, 요즘엔 야간활동이 늘어나는 데다 생활이 복잡해짐에 따라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건강보험 가입자 중 불면증 질환으로 요양기관을 방문한 진료인원은 매년 증가해 2016년에는 54만1958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감성이 섬세하고, 호르몬 주기가 남성과 다르기 때문에 불면이 많이 옵니다. 또한, 여성들의 생리는 호르몬의 변화를 초래해 잠들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임산부는 출산이 가까워지면 아기가 커져 소화가 잘 안 되고 방광이 커져 소변이 잦아지죠. 폐경이 오고 나면 남성호르몬 교란으로 인해 잠들기가 쉽지 않아요. 잠이 들기 위해서는 뇌가 식어야 하고 심장박동수가 안정돼야 하는데, 여성들의 심장박동수가 남성보다 5회 정도 빨라 잠을 제대로 못 자게 되는 겁니다.”

불면증 심해지면 치매발생 가능성 높아져
노 병원장은 불면으로 파생되는 병과 행동변화에 대한 얘기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수면이 부족하면 혈압과 혈당조절이 잘 안 되고, 음식을 먹어도 식욕조절이 안 돼 체중이 증가하게 됩니다. 잠을 잘 자야 뇌에 쌓인 노폐물이 대사를 통해 제거되고 머리가 맑아지는데, 그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치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잠을 못 자면 두뇌가 피로해져 심사숙고를 하지 못하게 되므로 나쁜 습관과 행동을 제어하는 게 어려워집니다.

이에 수험생은 문제를 풀 때 집중력이 떨어지고, 평소 성품이 차분하고 온화했던 사람들도 잠을 못 자게 되면 간혹 난폭한 성격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질병이 아닌 이런 행동변화가 더 위험할 수 있어요.”

빛·소음 차단해 좋은 수면환경 만들어야 
노 병원장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 잠을 잘 자려면 먼저 좋은 수면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첫째는 빛을 차단하는 겁니다. 다만, 노인 혼자 주무시는 경우에는 화장실을 가거나 할 때 낙상의 우려가 있으니 은은한 조명을 켜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둘째, 소음을 차단해야 합니다. 그러나 잠자기 전 조용한 음악이나 시냇물 소리 등은 심신 이완에 효과적이라 수면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 요양병원에서는 취침 전 15분 정도 오르골 음악소리를 들려줘 수면을 유도하는데, 효과가 있다고들 합니다.”

불면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잠을 못 자는 원인을 찾아 새로운 수면습관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고 노 원장은 조언한다. 즉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해 이를 습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불면으로 고생한다면 3~4주 정도는 수면제를 복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다만, 4주 이상 수면제를 복용하게 되면 수면제 의존으로 복용량을 더 늘리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한다. 수면제 끊기가 술·담배를 끊는 것만큼 어려우므로 수면제를 먹지 않고 인지행동 치료에 주력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일광욕, 산보, 온수샤워도 불면치료에 도움
노 병원장은 불면증 해결을 위한 인지행동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햇빛을 쐬면 멜라토닌이라는 수면호르몬이 생깁니다. 따라서 점심을 먹고 햇빛이 좋을 때 매일 30분 내외의 일광욕을 하면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피톤치드를 접할 수 있는 숲길을 걷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잠들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피가 식고 체온이 낮아지져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됩니다. 돈을 떼일 걱정이 많은 사람은 특히 잠을 못 자는데, 이런 분은 자신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다 보면 자신을 향한 걱정이 사라져 잠을 잘 자게 됩니다. 이런 여러 방법으로 수면제를 먹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본인만의 쾌면 노하우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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