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우리 여성들은 특유의 끈기와 
저력의 DNA를 가지고 있다. 
폭염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지겠지만 
코로나19는 온 국민이 방역대책에 
적극 협력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여성들만의 강인한 힘과 
불굴의 정신을 십분발휘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견인차 되자."

▲ 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8월의 폭염은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지만, 우리 민족에게 잊을 수 없는 광복절이 있는 달이기에 그 기쁨으로 더위를 달래본다. 얼마 전 폐막된 도쿄올림픽. 지난해 개최했어야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역사상 최초로 연기된 올림픽이자 무관중 올림픽이었다. 올림픽이 인류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만큼 연기되든 무관중이든 간에 TV중계로 폭염과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위로받았다. 

우리가 올림픽에 열광하고 매료되는 것은 세계적인 기량의 선수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즐기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올림픽 경기는 오로지 ‘실력’만으로 순위가 가려지는 공정한 승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간혹 일상에서 겪어본 적이 있는 불공정함이 올림픽에서는 통하지 않고 승패가 분명하게 가려지고 있어 우리 선수가 뛰는 종목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재미를 만끽한다. 공정한 승부가 이뤄지기에 승자에게는 박수와 찬사를 아끼지 않고 패자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선수들 또한 최선을 다한 경기이므로 결과에 여한이 없을 뿐 아니라 자신보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를 보며 새로운 각오로 훗날을 기약한다. 그래야 더 나은 발전이 있지 않겠는가.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금메달의 절반을 여자양궁선수들의 뛰어난 실력으로 휩쓸었다.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한 쾌거인가. 세계 최강의 실력으로 9번이나 연속 금메달이라는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남겼으니 이보다 더한 경사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상대 팀에게 단 1세트도 내주지 않는 퍼펙트게임을 펼쳤을 뿐 아니라, 3관왕의 금자탑을 세운 안산 선수 등 약관의 20대 초반 선수들이니 그 얼마나 장한 일인가. 동메달을 딴 도마 종목의 여서정 선수와 우리의 태극마크를 더욱 빛나게 한 탁구의 신유빈, 여자배구의 김연경은 또 어떠한가. 비록 메달은 놓쳤지만 투혼과 집중력으로 일본과 터키를 통쾌하게 물리쳐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4강에 진입했으니 어떠한 칭찬을 하더라도 모자람이 없다. 

도쿄올림픽에서 증명된 우리 여성의 끈기와 저력은 우리가 나라 잃은 암흑기에도 횃불처럼 타올랐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광주학생독립운동을 펼쳤던 장매성(1911-1993)은 비밀결사인 ‘소녀회’를 결성해 민족해방을 외치며 독립운동을 주도, 학교에서 제적을 당하고 1년 2개월이라는 옥고까지 치르면서 나라를 찾고자 분연하게 나섰다. 또 한말에 춘천의 윤희순(1860-1935) 여성의병장은 “나라를 구하는데 남녀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며 여성 76명을 규합해 군자금을 조달하고 화약제조소를 설치해 식량과 의류, 무기 등을 공급하는 데 앞장섰다. 

올림픽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재의 대한민국의 부강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라를 빼앗긴 위기상황에서 여성들이 나서서 목숨 걸고 치열하게 싸워 이룩한 것이다. 올해 8·15 광복절이 새삼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 이유다. 

현재 온통 나라가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생기는 이 상황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과거는 물론 현재도 여성들이 나서서 나라를 살리고 빛내듯이 우리나라 여성들은 특유의 끈기와 저력의 DNA를 가지고 있다. 폭염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지겠지만 코로나19는 온 국민이 방역대책에 적극 협력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여성들만의 강인한 힘과 불굴의 정신을 십분발휘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견인차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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