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것이 복잡한 것 같지만 압축해보면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충분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농경사회 우리 선조들의 행복관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그 행복의 가치관이 점차 바뀌게 됐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되고 있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그것을 말해 준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말인데, 1970년대 영국 워킹맘협회에서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등장하면서 인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유로운 삶을 누려야 하는데, ‘돈은 없는데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내가 뭔가를 얻기 위해선 반드시 다른 뭔가를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네 삶은 경제적으로 항상 부족하고 팍팍하다. 어쩌면 워라밸은 기성 농업인들에겐 사치스런 단어처럼 다가올 때도 있다. 

최근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되고 있다. 사회 환경이 변하면서 일보다는 건강과 안전한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추세다. 이를 방증하듯이 젊은 층을 비롯한 도시민의 귀농·귀촌이 늘어 그 인구가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들은 워라밸을 실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농촌이라 생각하고 있다.  

한평생 일에만 투자했던 농업인들도 이제 건강을 생각하면서 삶을 즐기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다. 아울러 정부는 농업과 농촌이 균형 잡힌 삶의 공간이 되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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