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제약사에 언제까지 휘둘려야 하나...

ASF·과수화상병 치료제 개발도 난망

코로나19 확산 기세가 무섭다. 지난 12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987명 발생했고, 11일에는 2223명을 기록하며 국내에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2000명대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4차 대유행의 정점이 아니라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전파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도 감염되는 돌파감염자가 늘어나며 국내외에서 집단면역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접종만이 최선의 방법인데, 백신 수급마저 원활하지 않고, 모더나 백신 등 부작용이 적은 백신을 선호하면서 AZ 백신이 남아도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8월 모더나 백신 계량물량이 반토막 나면서 50대 접종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이처럼 백신 수급의 불안정 상태에서 국산 백신 개발은 아직 요원하다.

최근에는 강원도 고성의 한 양돈농가에서 돼지에게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3개월 만에 발생해 농가들과 방역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먹이활동이 왕성해진 어린 멧돼지를 중심으로 ASF 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군집생활을 하는 멧돼지 특성을 고려하면 이미 광범위한 지역에 오염이 진행됐을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멧돼지 이동에 따라 휴전선 인근에서 남쪽으로 발생지역이 확산되고 있어 백두대간을 통해 충북이나 경북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치료약이 없는 ASF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철저한 예찰과 야생멧돼지 포획 등을 통해 감염원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한편, 최근에는 좀 잠잠해졌지만 치료약이 없는 과수화상병도 언제 또다시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과학의 비약적인 발달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 바이러스와 세균 등의 완전 박멸은 불가능하다. 치명적인 피해를 줄이고 공생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치료제와 예방 백신 개발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K-방역’의 성공에 자아도취 된 나머지 백신 확보에 소홀해 지금의 백신대란을 초래한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국산 백신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외국의 손에 맡기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

과거 우리는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힘을 빌어야 했던 적이 있다. 그러다가 나라를 빼앗겨 치욕과 고난의 일제강점기를 겪어야 했고, 결국 고통은 백성들의 몫이었다. 요즘에도 그런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에겐 아직 없는 백신이 그렇고, 첨단기술의 독립도 멀었다. 농산물도 외국에서 종자를 수입해 재배하고 로열티를 지불하는 경우도 많고, 술과 장류 등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종균도 대부분 수입산이다.

8·15 광복절을 지나며 자주독립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당장 눈앞에 필요한 것이 아니고, 경제적 논리로만 따져 뒷전으로 밀려난 분야에 소홀했던 그간의 푸대접이 지금에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 국민먹거리 등을 외국의 손에 맡기지 않도록 기술 자주독립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것이 광복절을 맞은 모든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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