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스 – 강원 강릉 심봉희 생활관리사

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행복한 농촌살이를 해나가고 있는 투잡 농촌여성들. 본업인 농업과 함께 나만의 개성을 발휘한 부업으로 지역 사랑을 실천하는 ‘투잡’ 농촌여성을 만나 다양한 부업의 세계를 소개한다.

▲ 심봉희 생활관리사는 마을 홀로어르신에게 돌봄을 실천하면서, 휴대폰 앱을 통해 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돌봄프로그램·안부콜 통해 홀로어르신 말벗돼
고령자 생활 애로사항 해결하며 농외소득 창출 

# “오늘은 왜 늦게 왔어?”
코로나19로 마을회관에 모이지 못하는 홀로어르신들은 생활관리사가 방문하는 요일이면 시간 맞춰 집밖을 나와 생활관리사를 기다린다. 노인만 거처하는 곳을 아무도 찾지 않자 어르신들이 말벗으로 함께하는 생활관리사를 손꼽아 기다리며 적적함을 해소하는 것이다. 


어르신 흥미 높이는 교육프로그램
강원도 강릉에 홀로어르신은 1800여 명에 달한다. 강릉시는 어르신들이 안전한 노후를 영위하기 위해 국비로 노인맞춤돌봄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맞춤돌봄사업을 통해 활동하는 생활관리사는 20개 마을을 1~3구역으로 나눠 어르신에 필요한 교육 등 돌봄프로그램에 전문가로 투입되고 있다.
옥계면에서 활동하는 심봉희 생활관리사(한국생활개선강릉시연합회 직전 수석부회장)는 치매를 앓던 어머니를 여의고 요양관리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10년 간 봉사활동을 했다.
“옛날부터 마을 어르신을 가족이라 생각하고 요양보호사로 봉사했는데, 수익이 생기는 생활관리사로 활동하면서 비슷한 점이 많았어요.”
요양보호사는 식사와 청소, 빨래 등의 봉사를 한다면, 생활관리사는 어르신 집을 방문했을 때 운동프로그램과 교육프로그램 등 사업비를 지원 받아 1:1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또 주기적인 전화통화를 통해 홀로어르신의 하루가 어땠는지 안부를 묻는다. 
“생활관리사 한 명이 일주일에 홀로어르신 16명을 관리해요. 매일 3~4명의 어르신 집을 방문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나머지 13~14명 어르신에게 안부콜을 진행합니다.”
심봉희씨는 어르신에게 안부콜을 시도했을 때 부재중이면, 해당 어르신 집을 찾아가 두눈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 생활관리사는 홀로어르신을 대상으로 운동과 교육 등 다양한 돌봄프로그램을 1:1로 진행한다.


고령의 어르신 생활 딸처럼 챙겨
심봉희씨는 어르신 중에 98세 고령자가 2명 있다면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98세가 되면 기력이 떨어져 밥 차려 먹기도 힘들잖아요. 딸처럼 곁에서 약을 처방 받아오고, 장 봐와서 반찬도 해드려요. 공과금을 대신 납부하거나 어르신이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내 부모라고 생각하고 알려드려요.”
어르신은 낯선 사람이 집에 오니까 처음에는 생활관리사에게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도 꾸준히 안부를 묻고 방문해 정성을 다하는 심봉희씨에게 정이 들어 마음속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고 심봉희씨는 말했다.
“어르신들과 마음 깊이 소통하려면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으로 있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내 미래라고 생각하면서 어르신과 소통했어요. 일할수록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생활관리사가 되길 잘했다고, 참 괜찮은 직업이라고 느꼈죠.”
생활관리사의 업무시간은 평일9시30분~2시로 정해져있다. 생활관리사로 일하면 월120만 원 가량을 12개월 동안 지급 받는다.


생활관리사, 농촌에 활성화 돼야
“강릉시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1년마다 생활관리사를 채용하는데, 요양보호사자격증이 있어 생활관리사가 될 수 있었어요. 평일 5시간만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은 농사지으며 지내요.”
근무시간 동안 어르신 집을 방문하면, 휴대폰 앱을 이용해 체크인과 체크아웃 버튼을 누르는데, 올해부터는 위치추적 기능을 강화하면서 생활관리사를 더욱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릉의 경우 시내에는 생활관리사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농촌지역은 이런 일자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분이 많아요. 농업인들에게는 시간이 부족해 활성화되지 않은 듯해 아쉬움이 커요.”
심봉희씨는 생활관리사가 일회성 봉사가 아닌 홀로어르신에 대한 지속적 관심으로 새롭게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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