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농촌진흥청 작물재배생리과 황운하 연구사

생산성·노동력 해결한 ‘드문모심기’ 기술 확립
전용 육묘상자·이앙기 개발로 경쟁력 높여

▲ 작물재배생리과 황운하 연구사

“드문모심기는 기존 이앙방식에 비해 논에 심겨지는 모가 적기 때문에 이앙 직후 논의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드문모심기를 처음 접하는 농가들은 기존 논에 비해 벼가 적게 심겨진 것을 보며 당혹해하기도 하지요. 한 해 농사의 반은 이앙인데 이앙 후 이렇게 논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면 수확이 제대로 될지부터 농민들은 의문을 갖게 되죠. 그래서 드문모심기를 농가에 보급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농민들 대부분이 큰 기대를 하지 않다가 정말 편하고 수량도 괜찮게 나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흡족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농민들도 드문모심기에 대해 정말 좋은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드러내곤 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재배생리과 황운하 연구사(42)는 지난 15년여 동안 벼 연구를 해왔다. 특히, 국내 벼 드문모심기 맞춤 재배기술 확립으로 우리의 벼농사를 세계적 수준의 기술로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다.
황 연구사는 벼 연구를 해오면서 ‘드문모심기 적정 파종량 및 육모일수 분석’ 등 18건의 논문과 34건의 학술발표를 비롯해 ‘드문모심기 전용 육묘상자’의 한국·일본·중국 디자인특허 출원, 드문모심기 전용 육묘상자 기술이전과 드문모심기 소개 자료 발간 등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육묘 노동력·생산비 줄이고
농가소득은 높이는
차세대 벼재배 기술

황 연구사는 농협중앙회의 농협협력사업 최우수상 등 8건의 수상 경력도 갖고 있다.
벼농사는 현재 기계화율이 98%에 달하는 손쉬운 농사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육묘와 이앙에는 많은 노동력이 들어간다. 벼 재배는 연간 1ha에서 약 100시간의 노동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중 육묘와 이앙의 비율이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2000년대부터 쌀 생산비와 노동력 절감을 위해 직파재배가 등장했다. 직파재배는 그러나 잡초와 잡초성벼 방제, 안정적인 쌀 수량 확보의 어려움이 커서 농가가 받아들이기를 여전히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쉬우면서도 효율성이 높은 벼 재배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요구될 것입니다. 농업인구의 지속적 감소와 고령화 현실에서 국내 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벼농사에 소요되는 노동력과 생산비 절감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벼 드문모심기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안정적인 품질, 수량 확보가 가능한 새로운 벼 재배기술의 요구에 의해서 개발될 수밖에 없는 기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드문모심기는 기존 이앙재배기술과 같이 수량과 재배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면서 직파재배와 같이 이앙과 육묘의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재배기술로, 요즘 농가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드문모심기 재배기술은 그러나 처음에는 벼 재배환경에 적합한 표준영농기술 확립 미흡과 국산농기계에 대한 농가의 낮은 신뢰로 인해 재배면적을 확대해나가는 데 어려움이 컸었지요.”

드문모심기와 기존 이앙과의 차이점은 육묘상자당 볍씨 파종량 증가와 이앙 시 재식본수와 재식밀도의 감소였다. 이에 황 연구사와 동료들은 국내 벼 재배환경에 적합한 드문모심기 맞춤 재배기술을 확립하고 전용육묘상자를 개발했다.

“드문모심기 맞춤 재배기술 확립으로 기존의 드문모심기가 좋다는 막연한 안내가 아닌 확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정 재식밀도와 재배방법을 농가에 안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전용육묘상자 개발로 볍씨 파종량 증가에도 어린모가 균일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서 드문모심기의 가장 큰 문제점인 육묘안정성을 개선했지요. 또한 국산 드문모심기 전용 이앙기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국산농기계에 대한 농가의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적인 포장시험과 국산농기계 산업체·전문가 협업을 통해 국산 전용이앙기의 성능을 외국산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일도 해낼 수 있었습니다.”

황 연구사와 동료들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벼 전 재배기간 드문모심기 맞춤재배 매뉴얼을 확립했다. 또한 산업화 기술인 드문모전용 육묘상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벼 이앙재배를 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에 특허 출원·등록하고, 다수의 기업체 기술이전을 통해 산업화도 이뤘다. 성능이 개선된 국산 드문모 전용이앙기의 기능은 특허등록해 신기술적용 농기계로 선정되기도 했다.

“드문모심기는 기존 이앙재배에 비해 육묘에 들어가는 노동력은 27%, 생산비는 42%가 절감됩니다. 하지만 쌀 수량과 품질은 기존 이앙재배와 큰 차이가 없으며 재배방식도 기존 이앙재배와 차이가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농가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술입니다.

현재 국내 벼 재배면적은 약 70만 ha 정도입니다. 이중 드문모심기 재배면적이 1% 증가할 때마다 연간 벼 생산비는 약 50억 원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드문모심기는 노동력 부족 농가에 가장 적합합니다. 생산비 절감을 통해 국내 쌀가격 안정화, 국내 쌀시장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층 더 쉬워진 벼 농사로 영농후계자나 젊은 층이, 막연히 갖고 있는 농사는 힘들고 고되다는 인식을 바꿔 벼농사의 사회적 가치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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