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여성농업인정책 - 영농여건개선교육 현장을 가다

▲ 여성농업인이 직접 여성농업인들을 찾아가 필요한 정책을 소개하고, 영농활동에 도움이 되는 편이장비를 안내하는 여성농업인 영농여건개선교육이 인기다.

여성농업인 코디네이터, 정책·사업홍보역할 톡톡
“같은 여성농업인이라 설명이 귀에 쏙쏙 박혀요”

# “여성농업인바우처 잘 쓰고 계시죠? 다들 어디에 사용 하시나요”
마을회관의 앞자리에 선 강사가 물어보자 마을회관을 가득 메운 19명 여성들이 이구동성  말한다. “미장원 가요”
강사는 쓱 한번 둘러보더니 얘기한다. 
“미장원도 좋지만 바우처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책을 사고 공연을 보러가도 좋을 것 같아요. 여성농업인들의 자부심을 키우고 농업활동이 국가에 이바지 하는 부분이 크다고 주는 것이니까요. 그럼 이 중에 경영주나 공동경영주로 등록한 분이 계신지 손들어 봐주세요”3~4명이 손을 들고 나머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게 뭐냐고 수군수군 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7월7일 충북 산척면 마을회관에서의 여성농업인을 위한 영농여건개선교육의 한  장면이다. 
영농여건개선교육은 코디네이터로 교육을 받은 여성농업인이 마을 단위로 여성농업인들을 찾아가서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여성농업인정책을 쉽게 알려주고, 여성농업인들의 편리한 영농을 위한 각종 편이장비를 소개하는 활동이다. 

농사에 바쁜 여성농업인 특히 고령농들은 여성농업인정책에 대해 관심이 없고, 각종 지원사업이나 바깥 활동도 남성 위주로 이뤄지기에 정책에서 소외되기 쉽다. 이런 부분을 일일이 찾아가서 설명하고 알려줘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게 돕는 사업이 여성농업인 영농여건개선 사업이다. 

올해 사업을 위해 농식품부는 여성농업인코디네이터를 49명 양성했다. 이들 역시 대부분이 여성농업인들로 여성농업인정책과 편이장비, 양성평등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체계적으로 다른 여성농업인 교육을 위한 실력을 갖추고 코디네이터, 즉 여성농업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7일 산척면 마을회관에서 열강을 한 한국생활개선충북도연합회 부회장인 곽애자 강사도 꼬박 3일간의 대면 교육과 비대면 교육을 이수하고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여성농업인정책 중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경영체 등록 시에 경영주나 공동경영주로 등록해 법적지위를 얻는 것이라 강조한다.

“아무리 내가 농업인이다 주장해도 서류상 등록돼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요즘은 지자체마다 농민수당 등이 지급되고 있죠? 노령연금도 처음엔 가구당 지급되다가 개인당 나오는 것으로 바뀐 것처럼, 농민수당도 개인당 나올 수 있어요. 그럴 때 지급을 받으려면 농업인 자격을 획득해 놓는 게 중요해요.”

곽 강사는 자신 역시 수도작을 하는 농업인이라 누구보다 여성농업인의 마을을 잘 알고 있고, 어떤 여성농업인정책이 필요한지 콕 짚어 쉽게 풀어 설명한다. 
“같은 여성농업인이 설명해주니 친근하고 더 귀에 쏙쏙 얘기가 쉽게 들려요”마을회관에 모인 여성농업인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지난번 엄정면에선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많이 모였어요. 이장님이 영농여건개선 강의가 있다고 마을방송을 하니까 관심 있는 마을 남자들이 먼저 몰려들어 정작 여성들은 들여다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날 남성들 반응도 좋았단다. 그런 정책이 있었느냐며 집에 가서 꼭 부인을 공동경영주로 등록시키겠다고 약속하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여성농업인이 편리하게 농사에 사용할 편이장비 소개 시간도 있었다. 여성농업인들은 ‘처음보는 것도 있다’며 편이장비에 관심을 나타내고 신기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긴손호미, 바퀴달린 분무기, 서서 일할 수 있는 모종삽, 손가락에 끼고 일할 수 있는 손톱 칼 등 적게는 5000원에서 10만원 사이의 각종 편이장비가 하나하나 소개될 때면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질문이 쏟아졌다. 

“가까운 농약상이나 온라인에서 찾아보면 쉽게 구할 수 있어요.”그동안 알지 못해 사용하지 못해 몸을 고생시켰다며 여성농업인들은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러분도 충분히 여성농업인정책에 대해 숙지하고 다른 이들에게 알려줄 실력을 키우면 강사로 활동할 수 있어요.”여성농업인의 여성농업인을 위한 여성농업인 정책인 영농여건개선사업은 농식품부 사업으로 올해 사업량은 960개 마을의 9600명이 교육 대상이다. 교육운영기관은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를 비롯해 총 8개소에서 맡아 기관 당 120개 마을에서 1200명을 교육한다. 인원이 제한적이라 더 많은 여성농업인이 참여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편이장비 줌인
편이장비 총집합에 너도나도 체험

편이장비는 여성농업인의 노동부담을 경감하고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장비다.
▲지주대말뚝타격봉은 고추재배에 일일이 지주대를 설치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채소·과수수확칼은 대·중·소 사이즈에 맞춰 손가락에 끼워 사용한다. ▲무릎보호대는 밭작물 농사를 지을 때 착용하면 근골격 긴장이 완화된다. ▲캐리어분무기는 어깨에 짊어지던 방식에서 벗어나 끌고 다니면서 작업이 가능하다. ▲서서호미·양날형삼각호미는 손잡이가 길어 선채로 작업한다.

이날 여성농업인들은 편이장비를 착용하는 실습시간도 가졌다. 고구마를 재배하는 안영란씨는 “무릎보호대를 착용해보니 무릎 구부러지는 부분이 편하다”며 “푹신해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재은 산척면회장은 “산척면생활개선회 회원들의 연령대는 60대 이상이 대다수”라며 “소농을 하는 고령의 회원들에게 편이장비 소개가 특히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캐리어분무기에 관심을 보이고 제품을 꼼꼼히 살피는 여성농업인들이 적극적인 반응이 있었다. 교육을 받고 여성농업인들의 편이장비에 대한 구매 요청이 쇄도하면서 열띤 호응을 나타냈다.

이번 교육을 통해 농작업 재해의 발생원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편이장비 실습을 통해 예방법을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 

▲ 무릎보호대를 직접 착용해본 여성농업인은 푹신해서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 캐리어분무기 앞뒤를 살피며 기능을 꼼꼼히 알아보는 여성농업인

■미니인터뷰
“여성농업인에 도움 되는 교육에 보람”
곽애자 강사 (한국생활개선충북도연합회 부회장)

▲ 곽애자 강사는 영농여건개선교육을 진행하면서 교육을 통해 변화되는 여성농업인 소식을 듣게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사자격증, 아동미술자격증 등 자격증을 활용해 필요로 하는 곳에 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영농여건개선교육 강사로 임할 때 만족도가 가장 좋은 거 같다.

농촌여성들에게 몰랐던 정보를 알려주고 그들과 같은 입장의 여성농업인으로서 꼭 필요한 정책을 소개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일깨워주니까 수강생인 농촌여성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참 많이 받는다.

이번 교육을 통해서 공동경영주등록 작성방법을 먼저 알려드리고 공동경영주가 돼야 행복바우처카드지원, 영농교육도우미, 행복나눔이, 행복버스, 가족경영협약교육, 찾아가는문화공연(충북)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해드리는데 실제로 진천에서 강의를 듣고 한 농촌여성이 남편을 설득해 공동경영주로 등록해서 노각오이 재배에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 받을 수 있었다고 고마워하더라.

영농여건개선교육을 하지 않았다면 진천농가에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농업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돼 뿌듯했다. 아직도 현장은 여성농업인에게 이렇게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농사짓는다. 특히 고령일수록 정책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 영농여건개선교육이 시군은 물론 읍면동까지 확대돼 더 많은 여성농업인에게 꼭 필요한 지원제도를 놓치지 않고 활용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생활개선회가 나서야 된다. 더 많은 회원들이 여성농업인 코디네이터가 돼 같은 입장의 여성농업인에게 몰랐지만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줘야된다.

교육 듣고 여성농업인 소중함 깨달아
한달주 강사 (한국생활개선음성군연합회 회장)

▲ 한달주 강사는 영농여건개선교육이 여성농업인에게 꼭 필요하고, 읍면동 마을단위로 더 널리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영농여건개선교육 강사가 되기 위해 강사양성교육을 처음 받았을 때 임원으로서 회원들보다 여성농업인 정책을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정책을 살펴보니 모르고 있던 부분이 많아 당황스러웠다. 면회장들과 교육 받은 내용을 공유하면서 복습하기도 했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면서 꼼꼼히 파악했다.

음성은 반응이 좋아서 30개 마을회관을 들어가 교육했다. 처음에 여성농업인들은 “왜 하필 농번기 가장 바쁠 때 교육을 하느냐”고 아리송한 반응이다. 하지만 교육을 받고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여성농업인에 맞춘 이런 강의는 정말 유용하고 내년에도 꼭 와서 또 교육해달라고 고마워한다.

강의 중에 여성이 농촌에 정착해 농사짓는 게 힘들다는 점을 나라에서 인정하고 지원책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 남성 농업인들은 아내와 농사짓는데도 고마운 생각을 못하고 살았다며 깨달음을 얻는다. 남성들에게 부부가 같이 받는 교육인 가족경영협약교육을 안내하면 호기심을 갖게 돼 자연스레 홍보가 됐다.

편이장비도 옛날에는 농사 여건이 안 좋고 농업기술이 많이 좋아졌음에도 편이장비를 보고 너무 신기해하고, 반응이 뜨겁다. 옛날 생활개선회가 생활구락부 시절에는 마을로 찾아가 집집마다 방문교육을 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임원교육으로 대체되다 보니 정책이 나와도 임원들은 알아도 실질적으로 농사짓는 여성농업인은 모르고 농사짓고 있다.
영농여건개선교육처럼 마을 단위로 직접 찾아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교육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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