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수 원장의 건강한 중년 100세

"36.6℃의 큰 난로인 
체온을 조절하는 땀이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은 짐승과 무엇이 다를까? 우리는 몸집에 비해 큰 두뇌를 가진 인간의 지능이 현대문명을 이룩했다고 배워왔다. 그렇다. 평균 60㎏의 몸에 비해 1400g이나 되는 큰 뇌를 가진 높은 IQ가 지구상에서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능만을 인간을 짐승과 구분하는 잣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인간 가운데는 아인슈타인처럼 비범한 두뇌를 가진 사람도 있지만, 돼지보다 아둔한 사람도 더러 있다. 

다음으로 엄지손가락이 거론된다. 유인원을 포함하더라도 엄지를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인 침팬지조차 엄지가 작아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인간의 엄지손가락이 하느님의 존재를 입증한다.”라는 아이작 뉴턴의 말은 인간이 엄지만으로도 짐승과 확실한 경계가 있음을 말해준다. 

인간은 짐승처럼 한정돼 거주하지 않고, 열대, 온대, 한대지방을 아울러 살아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36.6℃의 큰 난로인 체온을 조절하는 땀이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다. 동물들은 각각의 아포크린 땀으로 체온을 조절이 가능한 지역에 한정돼 산다. 예를 들면 사자와 호랑이가 사는 곳이 다르고, 심지어 낙타의 경우, 일봉낙타와 쌍봉낙타는 사는 곳이 다르다. 그래서 인간은 지구의 방방곡곡에 살기 위해 다른 포유류에게 없는 땀샘인 에크린 땀샘을 지니고 있다. 

인간에겐 두 가지 땀샘이 있다. 첫째는 모든 포유류가 가지고 있는 아포크린 땀샘이다. 이것은 털구멍을 통해 땀을 배출하는 원시 땀샘인데, 냄새만으로도 서로 같은 편인지 알 수 있게 만든다. 아포크린 땀샘은 스스로 땀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흥분해 기모근(起毛筋)이 털을 세울 때 진한 땀을 배출하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고양이 중에는 자극하면 열 배 가까이 털을 세워 덩치를 불리는 종류도 있다. 

아포크린 땀은 지금 인간에겐 필요 없지만 150만 년에서 170만 년 전 인간이 처음 숲에서 초원으로 내려왔을 때는 아주 필요했다. 초원은 넓어 서로 잃어버릴 때 아포크린 땀의 냄새로 쉽게 동족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가 승전할 때마다 전령을 미리 보내 “목욕하지 말고 있으라.”라고 아내 조세핀에게 알렸던 일화는 아포크린 땀이 단순한 땀이 아니라 페로몬 기능도 있음을 말해 준다. 

아포크린 땀으로 가장 열심히 체온을 조절하는 동물은 말이다. 그래서 말은 인간 다음으로 넓은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이다, 무협소설에는 빨리 달리기 위해 피 같은 땀을 흘렸다는 혈한마(血汗馬)가 등장하는데,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애마 절영(絶影)은 이름 자체가 ‘너무 빨라 그림자가 말을 따라잡지 못했다.’라는 뜻이다. 절영은 관우의 적토마와 더불어 빨리 달리려고 아포크린 땀을 쥐어짰던 대표적인 혈한마다. 

<김응수/웃는세상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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