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농업회사법인 (주)제이엘 이종기 대표

경북 문경새재 입구에 있는 오미자와이너리 오미나라의 농업회사법인 (주)제이엘 이종기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세계 최초로 오미자를 원료로 스파클링 와인인 ‘오미로제’를 탄생시킨 양조(釀造) 명인이다. 
오미로제는 이종기 대표의 양조 인생 37년과 오미자 사랑 20년의 장인정신으로 빚어낸 작품이다. 영롱한 선홍색의 ‘오미로제’는 고급스러운 다양한 향미를 자랑하며, 마신 후에도 뒤끝이 없다. 2011년 첫 출시된 ‘오미로제’는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에서 특별 만찬주로 채택되기도 했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주요 국제회의의 만찬주로 계속 쓰이고 있다. 이종기 대표의 양조 인생 역정과 오미로제 개발에 얽힌 얘기를 들어봤다.

 

국내외 선진양조기술 섭렵한 양조명인
청와대 만찬주로 명성 얻은 ‘오미로제’
판매량 늘어 오미자 수매…농민과 상생

대학 졸업 후 양조회사에 입사
“저는 1980년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농화학과에선 식품, 비료, 농약 관련 교육을 배우는데, 국내 대표 주류회사인 OB, 크라운, 진로의 공장장들이 농화학과 출신입니다.
저는 술을 좋아하는데다가 당시 OB맥주의 직원 대우가 좋아 OB에 입사했죠. 당시에는 OB가 가장 좋은 회사였죠. 품질관리과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입사 1년도 채 안 돼 1981년에 캐나다 시그램사와 합작해 OB시그램이 설립됐어요. 위스키, 브랜디, 진, 럼, 보드카 등 양주를 만들게 된 거죠. 
당시 정부는 식량 부족으로 쌀과 보리가 재료가 되는 양주 제조를 제한했어요. 그러나 수출이 늘어나 외국인들이 드나들다보니 위스키의 국산화가 필요해지면서 OB시그램이 양주제조 설립인가를 받게 된 것이죠. 시그램 본사는 미국의 다국적기업으로, 뉴욕에 중앙연구소가 있었죠. 여기에 근무하던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양조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공장을 짓고 설비를 갖추는데 3년이 걸렸어요. 이들과의 대화는 영어로 해야 했기에 저는 OB맥주에 OB시그램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죠.” 

국내외 연수로 선진양조기술 익혀
공장 가동이 시작된 뒤에도 이종기 대표는 외국전문가로부터 설비 조작과 발효, 증류 등 술 제조의 모든 공정을 배웠고, 그들의 제의와 회사의 지원에 따라 수시로 한두 달씩 외국연수를 다녔다고 한다. 
“OB시그램 직원들은 이처럼 양조에 관한한 세계일류 전문가로부터 국내 연수와 해외연수를 통해 선진 양조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된 거죠. 그 결과, 1981년 위스키 출시를 시작으로 1984년 진, 얼마 후엔 도수가 높은 보드카와 코냑 등 수십 종을 생산해내게 됐습니다. 2000년대 국내 주류제조업체 중 설명이 필요 없는 1위 업체로서 시장을 석권했죠.”

그는 OB시그램 근무 10년 차이던 1990년, 증류학 부문 세계최고의 교수진을 보유한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 해리엇와트대학원에서 양조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재학 중 세계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과 함께하는 파티가 있었습니다. 이때 주임교수의 제안으로 대학원생 각자가 자국의 대표 술을 소개하고 시음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약재 침출주를 선보였지요. 주임교수가 이를 시음한 후 저에게 ‘이 술은 허브향이 있지만 조미료 맛이 지배적인 것 같군...’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모든 이들의 술들은 호평을 받았는데, 내 술만이 악평을 받은 거죠. 이때부터 전 세계의 애주가들이 감탄하는 명주를 반드시 만들어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좋은 술 만들기에 전념했어요.”
이후 그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여러 농산물을 재료로 주조 실험을 했다. 하지만 쌀로 술을 빚는 경우, 양조미가 별도로 없었다. 일본에서는 사케라는 술을 만드는 양조미만도 300가지가 넘는 품종이 있다고 한다.

포도는 생식용과 양조용이 있는데, 포도주 제조 선진국엔 양조용 포도가 1천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양조용 포도가 거의 없고 생식용만 있다고. 사과도 마찬가지라고. 
“우린 양주 생산에 있어서는 후진국인 셈이지요. 이에 저는 양조용 농산물 찾기와 생산에 관심을 갖고 많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대학서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개발
2006년 말, 제가 부사장으로 일할 때였는데, 영남대학에서 2007년 식품공학과에 양조학 과목을 개설한다며 저를 초빙했어요. 이에 27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죠. 교수가 되면서 학생들과 함께 술 재료를 찾다가 오미자에 매료돼 오미자를 원료로 한 술 개발에 착수하게 된 겁니다. 
오미자의 매력적인 색을 유지하면서도 신맛과 쓴맛이 조화된 특유의 향을 내는 오미자 와인을 만들려고 온갖 실험을 다해봤습니다. 유학시절부터 부러워했던 외국의 스파클링 와인을 포함해 양조 실험을 수백 번 했었던 거 같습니다. 어느 날 시료에서 부글거리는 것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오미자와인 개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미자의 날카로운 신맛을 부드럽게 누그러뜨리는 방법을 오크통 숙성으로 해결해낸 것이죠. 그리고 병에서 2차 발효시켜 충분한 압력 손실 없이 찌꺼기를 제거하는 기술은 매우 어려웠지만 재미있는 도전이었습니다. 이 같은 우여곡절을 거쳐 오미자와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따냈습니다.”
세계 유일의 정통 오미자와인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낸 것이다.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고 비상
이종기 대표는 2008년 관광명소인 경북 문경새재 입구 2천여 평의 땅에 500평의 양조장을 짓고 오미자와이너리인 ‘오미나라’를 설립했다. 여기에 주식회사 제이엘을 창업했다. 창업 3년 후인 2011년 11월11일 오미자를 재료로 한 와인인 ‘오미로제(OMyRose)’를 첫 출시했다.

스파클링 와인과 사과를 재료로 한 위스키인 ‘문경 바람’ 3종의 상품도 출시했다. ‘오미로제’가 청와대 만찬주로 쓰인다고 알려지면서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오미로제 출시 초반에는 오미자를 5만 톤 수매했었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오미자 수매가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문경의 오미자 생산농민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오미자가 최고의 술 제조에 쓰인다는 긍지가 크다고 한다. 
“최근 늘어나는 오미로제 판매 증가에 발맞춰 대량생산 공법을 도입했고, 아울러 세계적인 술 유통판매업자를 초빙해 오미로제의 세계 확산에도 더욱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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