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백신 접종 후 조금씩 일상 찾는 농촌마을

높은 백신접종률 보이며 일상 회복하는 농촌마을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마을회관 풍경은 보기 힘들어

코로나19 델타 변이바이러스감염과 2030세대 확진자 증가로 정부가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유예한 가운데, 비수도권은 예정대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거리두기 개편안 1단계가 시행되는 비수도권의 경우,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 제한이 사라지고, 직계가족 모임에 인원 제한을 두지 않는 등 일상을 점차 회복 중이다. 그렇다면 고령화로 인해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는 농촌마을 상황은 어떨까.

▲ 코로나19 백신 접종이후 마을회관을 찾은 부안군 백산면 난산마을 주민들이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로 거리를 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마을회관에서 느낄 수 있었던 활기는 줄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에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주민들을 보니 마을회관의 정겨움 만큼은 여전하다

그동안 얼마나 갑갑했는지…
전북 부안군 백산면 난산마을회관. 코로나19로 한동안 굳게 닫혔던 마을회관에 지난달부터 차츰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마을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부안군 백산면생활개선회의 회장이자 난산마을 이장인 이복순씨에 의하면 현재 마을의 75세 이상 어르신들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은 100%다.

난산마을 회관은 지난 5월부터 조금씩 개방하며 마을주민들을 맞을 준비를 해왔다. 현재도 완전한 개방은 하지 않고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개방한다. 마을회관 문이 열려도 한동안 들르지 않다가 지난달 백신 접종 후 오랜만에 마을회관을 찾은 김금주(82)씨는 “백신 맞고 나니까 마음도 편안해지고, 한결 자유로운 기분이 들어. 그래서 한 번 와봤어”라고 말했다.
노인회장 양우대씨(70)는 지난 5월 마을회관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왔다. 그는 “집에 있는 동안 갑갑해 죽는 줄 알았다”면서 “최근엔 오히려 모임이 많이 활성화되면서 마을회관 올 일이 더 줄었다”고 말했다.

부안군은 지난 3월15일부터 마을 어르신들의 여가생활 등을 고려해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마을 경로당을 개방해 왔다. 운영 여부는 각 읍·면별 상황과 마을 분위기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군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외롭고 단절된 일상을 보내는 기간이 워낙 길어져 취식금지, 거리두기를 지키는 조건으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부안군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속속들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경북 문경시는 7월1일부터 백신을 접종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영을 재개했다. 어르신들이 여름철 폭염을 피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부산 해운대구도 지난달 28일부터 재개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용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과일이나 음료 등을 포함한 취식금지와 1m 거리두기 등의 방역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풍경
그러나 다시 문을 연 마을회관은 코로나19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주민들은 마스크를 낀 채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주전부리를 나눠먹는 정겨운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함께 식사를 하곤 했지만 이제 주민들은 끼니를 각자의 집에서 해결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특히 음식점 감염이 빈번한 만큼, 외식에 대한 공포가 커 더욱 집에서 먹는 횟수가 늘었단다. 김금주씨는 “매번 챙겨 먹어야 하니 힘들고 혼자 먹으니 재미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어르신들이 그리워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화투다. 으레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화투를 볼 수 없었다. 이복순 이장은 “손이 건조한 어르신들은 보통 화투를 칠 때 침을 묻히곤 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고, 비말감염 예방 조치 등으로 화투도 안 친다”고 설명했다. 주민 중 한 명은 “마을 회관에 와도 이전같이 재미있지가 않아. 아침부터 앉아서 고스톱 쳐야는디, 그 재밋거리가 없어졌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복순 이장은 계속해서 마을회관을 열면 주민들이 물밀듯 모이리라 예상했지만 빗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스크를 계속 끼고 있어야 하니 어르신들이 많이 답답해서 그냥 집에 있겠다고들 하시더라. 이전처럼 북적거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는 주민들의 그 반가움과 기쁨이 마스크 너머로 느껴졌다. 원종삼 할아버지는 “집에서 이야기도 못하고 자식들도 잘 안오고 우울증 걸릴뻔 했는데, 마을회관에 잠시라도 나와 이웃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겨울에는 어딜 갈 수도 없어 집에서 하루 온종일 텔레비전만 봤다며 질색을 표하기도 했다.

앞다퉈 백신 인센티브 내놓는 지자체
농촌지역이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며 일상을 회복해가는 가운데,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더욱 높이기 위해 각종 백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먼저 접종 완료자는 직계 모임이나 사적 모임 등의 인원제한에서 제외되고, 사람이 모이는 곳을 제외한 공원이나 등산로 등의 실외환경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지자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전남지역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접종률 39.12%를 달성하기도 했다.
전남 여수시는 백신을 접종하면 농기계 임대료를 현행 50%에서 10% 추가 감면하고 지정된 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시 30만 원 이상 결제하면 10% 추가 감면을 시행 중이다.

고흥에서는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우주천문과학관, 시호도 원시체험의 섬 등 고흥군에서 운영하는 주요 공공시설 입장 시 매표소에 접종확인서를 제출하면 50% 할인해 준다.
보성군은 전국 최초로 ‘코로나백신 접종 인센티브 조례’를 제정해 예방접종 완료자에게 지역화폐를 1인당 2만 원씩 지급한다. 이처럼 각 지자체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 인센티브를 앞다퉈 내놓으면서 농촌지역 코로나 백신 접종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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