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에코리더스인증원 임석호 대표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친환경농산물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에 대한 관심도 클 수밖에 없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농산물과 유기가공식품 전문인증기관으로 지정된 (주)에코리더스인증원의 임석호 대표를 만나 친환경농산물 생산 기술과 인증시스템에 대해 알아봤다.

졸업 후 오지생활하며 친환경농업과 인연
화학비료 시용은 농약 사용의 악순환 불러
환경․유기농산물 생산에 자부심 가져야

산과 오지에서 길을 찾다
서울대 농대 조경학과를 나온 임석호 대표는 졸업 후 사회진출에 앞서 삶의 이유와 목적을 찾으려고 산으로 갔다. 세상의 인연을 모두 끊고 신앙공동체 활동을 하며 무농약 친환경농업을 경험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에서 7년, 필리핀에서 1년간 생활할 동안에는 대안학교를 설립해 토양학을 가르치며 친환경농법에 대한 깊은 인식과 가치를 느꼈다고 한다.
18년간의 산중생활을 정리하고 2009년 대구에 있는 한 친환경인증기관에 취업했다.
2012년 이후엔 더 이상 민간인증기관에 인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6월29일 법인 설립 신청을 하고, 2019년 11월30일 인가를 받아내 에코리더스인증원을 설립했다.

전 세계적으로 엄격한 K-인증관리
임 대표로부터 농가가 친환경농산물 인증 심사를 받는 절차에 대해 알아봤다.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고자 할 때는, 농약 대신 병해충 방제를 어떤 식으로 할 건지, 화학비료를 안 쓰겠다면 영양관리를 어찌할 건지, 제초제를 안 쓰겠다면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등을 적은 기록장을 인증기관에 제출해야 합니다. 농약을 안 쓸 땐 농가에서 친환경제제를 쓰게 되는데, 그 약제를 구입한 내역, 비료를 안 쓴다면 친환경비료인 유박과 퇴비 등의 구입내역을 검토해서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현장실사에 나갑니다.

현장에 가면 퇴비가 쌓여있는지, 친환경제제와 자재가 있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최종적으로는 농가가 재배한 작물의 일정량을 가져와 정부인가의 시험분석기관에 의뢰해 잔류농약이 있는지를 검사한 후 이상이 없으면 인증서를 발급해 줍니다.
심사원의 심사보고서를 인증기관의 심의관과 인증기관 대표가 정밀검토해서 이상이 없으면 인증을 해주는 겁니다. 인증서를 받게 되면 농가는 정부가 발급하는 유기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됩니다.

인증기관에 근무하는 심사원은 유기농업기사, 축산기사, 식품기사 등 기사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법을 다루다보니 심사법령을 꼭 숙지해야 합니다. 그리곤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인증기관에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신출 심사원은 숙련된 선배를 따라 다니며 배우기도 하죠.
인증을 받았다 해도 그 걸로 끝이 아닙니다. 농가는 매년 갱신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인증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는 거죠. 우리나라의 인증제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증기관도 정부로부터 연간 두서너 차례 감사를 받습니다. 조그마한 문제가 있어도 3~6개월의 영업정지나 심지어는 인증기관 지정이 말소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친환경인증 관리가 엄격하다보니 농가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지만, 소비자들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볼 수 있죠.

유기인증을 받으면 상품과 품목마다 가격차가 많이 나는데, 일반 농산물보다 많게는 2배, 적은 것은 1.5배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나 지자체가 학교 급식과 군 급식 등에 친환경농산물 공급을 확대하고 있어 가격과 판로를 보장받게 됩니다. 그리고 유기농업을 오래 한 농가들은 소비자에게 건강한 농산물을 공급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지요. 농약을 안 치면 소비자보다 농민에게도 좋은 점이 많아요.”

소비자보다 농약 치는 농민이 더 피해
소비자가 농약을 친 딸기를 먹는다 해도 인체에 거의 해가 없는 극소량입니다. 농약을 100만분의 1ppm을 먹을까 말까인데, 생산농민은 농약을 치면서 어쩔 수 없이 농약을 흡입하기 때문에 몸에 해롭습니다. 농약성분이 인체에 흡수되면 몸 안에 있는 미생물에 영향을 주는데, 유익한 미생물이 약해져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겁니다.

작물별로 유기농산물 생산의 어려움은 각기 다릅니다. 식량작물 친환경농사는 비교적 수월합니다. 특히, 벼농사 제초는 논에 우렁이를 풀어놓으면 우렁이가 풀을 갉아먹으니까 수월한 편이지만, 밭농사에선 제초나 병해충 피해가 많아 친환경농사가 어렵습니다.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은 과일농사입니다. 사과, 복숭아 등 과일은 당도가 높기 때문에 병해충이 엄청 많이 달라붙어 피해가 크지요. 특히, 과일농사엔 침투성 농약을 쓰게 되는데, 이게 과일 속까지 스며들기도 하니 잘 세척해서 먹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정부에선 고독성 농약을 거의 못 쓰게 하고 있습니다. 고독성 농약의 도입과 제조를 못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와 농민들의 건강을 위한 대단한 서비스입니다.

일반 친환경농업보다 유기농업은 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친환경농사의 원리와 방법을 알면 쉽습니다. 농민들은 제초와 병해충 방제에 대해선 잘 알지만 대부분 토양관리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화학비료를 쓰게 되면 토양 중의 미생물의 먹거리가 없어져 작물이 약해지니 농약을 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유기물퇴비는 땅과 작물을 건강하게...
화학비료 중심의 농사로는 농약을 쓰는 관행농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임 대표는 강조한다.
“퇴비를 사용하면 미생물과 지렁이 등이 함께 살며 땅을 비옥하게 해주고, 해충을 잡아먹는 유익 천적곤충이 살아나므로 농작물의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이 커지게 됩니다. 화학비료를 써 오던 땅에 퇴비 등 유기질비료를 3년 이상 시용한 뒤 매년 계속 퇴비를 쓰면 토양 중 미생물의 분해활동이 커져 질소, 인산, 칼리 등 3대 영양소가 잘 분해·흡수됩니다. 그러면 땅이 부드러워져 뿌리가 쉽게 뻗어나가며 건강한 토양이 돼 친환경농사를 순조롭게 지을 수 있게 됩니다.”

임 대표가 운영하는 에코리더스인증원은 후발주자지만 전문성과 공정성을 주요가치로 삼아 운영해 왔다. 그 결과, 설립 초기 인증심사를 의뢰한 농가가 6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천여 농가로부터 심사 의뢰를 받는 빠른 성장을 이뤘다. 2018년부터 시행된 인증기관 등급제에서 에코리더스인증원은 3년 이상 우수인증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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