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여수환 연구관

"우리 발효산업의 미래와
건강한 생활을 위해
종균 국산화 확보 시급"

▲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여수환 연구관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기술 국산화에 대한 중요성이 한창 뉴스에 올랐다. 이후 다양한 노력을 통해 첨단 장비와 소재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미·중의 패권 경쟁에 반도체산업이 포함되면서 두 나라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반도체산업의 사례처럼 발효산업에 쓰이는 종균 또한 국산화하지 못하면 똑같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사료, 유제품, 주류, 장류, 식초뿐만 아니라 이·미용과 BT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은 발효 미생물을 이용한 장 개선, 노화 방지, 화장품 등의 기술 개발과 함께 곰팡이, 효모, 유산균, 초산균을 이용한 종균(씨앗) 제조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맥주나 와인용 효모와 유산균은 EU의 주도로, 주류와 식초, 장균용 종균은 일본이, 와인과 맥주 위스키용 효모 종균은 북미에서 개발해 상용화하고 있다. 이들 시장 규모를 보면 2014년 1435억 달러에서 지난해 3060억 달러로 연평균 11.4%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초기 투입 비용, 시설·장비 확보와 유지, 관리 기술에 큰 비용이 지출된다는 이유로 대부분 수입산 종균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고품질, 표준화된 원천 기반 기술을 개발하려면 주류, 김치, 장류, 식초 제조에 없어선 안 될 종균의 국산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2018년 8월18일 나고야의정서가 전면 시행되면서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그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 통보 후 승인을 받고, 이를 통해 발생한 금전적·비금전적 이익은 합의된 계약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  유용미생물 자원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이러한 국제적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국산 미생물 자원을 계속해서 발굴·선발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선진국 등이 보유한 미생물 자원을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공유하는 중장기적 전략도 수립돼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탁주와 증류주용, 장류용, 식초용 종균을 일부 개발했고 현재도 개발 중이다. 이들 종균은 일본과 EU 등에서 수입한 종균보다 산 생성, 당화력, 알코올과 초산 생성, 향과 맛 등에서 우수하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이들 종균을 국내 종균업체 두 곳에 기술이전해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은 발효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건강을 위해 매일 챙기는 유산균, 식탁 위에 올라오는 김치와 된장찌개, 퇴근 후 마시는 술 한 잔 등등. 그렇기에 ‘발효 주권’ 확보는 연구실,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한 이야기다. 만약 종균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발효와 관련된 제품을 제조하고 이용할 때마다 다른 나라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우리 발효산업은 영영 다른 나라에 종속될지 모른다. 발효산업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지속적인 종균 연구와 개발, 정책 지원과 산학연과의 협업을 통한 발효식품별 종균 국산화로 발효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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