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밥상 -‘자연스럽게 먹습니다’저자 이정란이 전하는 6월의 텃밭& 요리 이야기

6월은 이른 봄 씨앗을 뿌린 잎채소들로 밥상은 풍성해지고, 지난달 모종으로 심은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같은 채소들도 뿌리를 내리며 조금씩 열매를 내어주는 시기다. 그런데, 이들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비닐멀칭이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텃밭은 이 시기에 풀과의 한바탕 전쟁이 시작된다. 비라도 자주 내리는 날이면 풀들은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이맘때쯤 되면 비닐멀칭, 화학비료, 농약 없이 8년째 텃밭농사를 짓는 굳은 심지도 살짝 흔들리게 된다.

‘부분만이라도 비닐멀칭을 할 걸 그랬나?’ 이런 맘을 읽었는지, 밭을 지나가는 동네 분들은 모두 한 말씀씩 하고 지나간다.
“아~~고… 이 풀들을 다 어쩔라고 그려요. 비닐멀칭을 해야지… 여기도 약 좀 해야 것구만…”
그럴 때마다 “네~네” 하며 열심히 풀만 뽑는다.

하지만 풀이라 불리는 야생초들도 텃밭에 쓸모가 있다. 밭 가장자리의 풀들은 흙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잡아주고, 잡초(엄밀히 잡초는 없다. 모두 이름이 있는 야생초들이다) 뿌리는 흙속에 공기구멍을 만들어 땅속 미생물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뽑아낸 잡초들을 흙 위에 덮으면 흙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농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풀과의 전쟁’이라 생각될 때도 있지만 내 작물의 영양을 빨아먹는 기생충 같은 존재라는 인식만 내려놓으면 오히려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내어주는 흙을 얼마나 건강하게 만드는 것인가이다.

망종(芒種)은 6월5일 즈음이다. 까끄라기 망(芒)을 쓰는 이유는 밀, 보리 같은 까끄라기 수염이 있는 곡식을 거두고 벼 종자를 뿌리기에 적당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텃밭채소들도 빠르게 자란다. 아욱, 근대, 쑥갓, 상추, 루꼴라 등 대부분의 잎채소들이 가장 맛있을 때다. 입하를 지나고 심은 고추, 가지, 토마토, 강낭콩, 완두콩 등도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고 바질, 딜, 펜넬, 타임, 민트, 한련화 같은 허브들도 빠르게 성장한다.

망종 근처에는 음력 5월5일 단오가 있다. 단오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지 않고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단오가 지나면 꽃대가 올라오거나 억세지기 때문에 단오에는 수리취떡이나 여러 가지 나물을 해 먹는다. 이제 조금씩 음성으로 넘어가며 밤이 서서히 길어지기 시작한다. 계절은 양성의 에너지가 강해서 식물들은 상대적으로 음성인 수분을 강하게 흡수하게 된다.

이 시기에 장마가 오면 잎채소들은 녹기 시작하니 부지런히 걷어 먹는다. 이른 봄에 심은 완두콩, 강낭콩, 하지감자는 장마가 오기 전에 수확해 먹는다. 강낭콩은 이 즈음에 수확해 콩을 다시 땅에 넣으면 가을에도 거둘 수 있어 두벌콩이라 부른다.

 

6월의 제철요리 - 완두콩 후무스

후무스는 병아리콩을 삶아 만드는 중동지역의 디핑소스(dipping sauce)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으로, 빵 위에 발라 먹거나 채소스틱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아주 맛있다.

▲재료 완두콩 2컵, 타히니 2큰술, 아보카도 1/2개, 레몬 1개, 소금 1작은술, 마늘 1쪽, 얼음조각 3개, 꿀 1큰술, 올리브유 1/4컵, 캬얀페퍼 1/4작은술, 소금 약간, 허브(바질이나 민트) 약간, 당근꽃 장식

▲만드는 방법
①완두콩은 15분정도 푹 삶아 식힌다.(완두콩이 반 이상 익으면 소금을 넣어준다)
②마늘을 충분히 으깬 후 완두콩, 아보카도, 타히니, 레몬즙을 넣고 갈다가 올리브유를 조금씩 부어준다.
③꿀과 허브를 넣어 한 번 더 갈아준 후 올리브유로 농도를 맞춘다.(텃밭의 말린 민트를 사용해도 됨)
④그릇에 담아 카옌페퍼와 올리브유를 뿌려주고 삶은 완두와 당근꽃을 토핑한다.(샐러드와 통밀빵과 같이 곁들이면 맛있다)

※타히니는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을 구입해도 되지만, 볶지 않은 통참깨를 깨끗이 씻어 하룻밤 정도 물에 불린 후 갈아준 후 적당한 농도가 되면 올리브오일과 소금을 넣어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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