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수 원장의 건강한 중년 100세

"담배 피우면 각종 암과
여러 폐질환, 버거병 등
3대를 걸쳐 전해진다"

라마르크(Jean-Baptiste Lamarck)가 누군지 몰라도 ‘용불용설(用不用說)’이라고 하면 ‘아, 기린!’ 하고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용불용설’이란 간단히 말해 기린이 높은 나뭇가지까지 열매를 먹으려고 목을 뻗다 보니 그만 목이 길어졌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프랑스혁명 때 ‘용불용설’은 보통 사람들도 노력하면 아들딸에게 부모의 좋은 획득형질(예를 들면, 뛰어난 두뇌나 발달한 근육 등)을 물려줄 수 있다는 개혁적인 생각이어서 귀족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다윈의 ‘진화론’은 19세기 들어 과학자들의 반론에 부딪혀 주춤했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 이뤄지려면 수십억 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러기에는 당시 수준으로 밝힌 지구의 나이가 몇 천 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때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은 다윈의 ‘진화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 진화론의 인기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 일조했다. 부유했던 다윈과 달리 라마르크는 퀴비에 등 진화 반대론자의 공격을 받아 맹인(盲人)이 돼 가난하게 죽었다. 그의 장례식 때 딸은 “세월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 줄 거예요!”라고 오열했을 정도였다.

21세기에 들어 후성유전이 관찰되면서 ‘획득형질이 유전한다’는 라마르크의 주장이 재평가되고 있다. 후성유전이란 유전체의 메틸화 등에 의해 유전자 염기서열은 변하지 않으면서 획득형질이 대물림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후성유전은 적어도 3대에 걸쳐 후성유전학적 표지를 대대로 물려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에 대한 폐해는 누구나 알고 있고, 잠시 인터넷 서핑만 해도 정보가 넘쳐난다. 담배를 소비하는 방법이 주로 태우는 방식이기에 식물이 타는 연기를 바로 마시는 것부터 엄청난 유해물질이 흡입돼 건강에 해롭다.

흡연은 4개의 산소를 포획하는 헤모글로빈의 기능을 떨어뜨려 조직에 산소를 부족하게 만든다. 그래서 손발, 팔다리의 혈관 이상을 초래할 뿐 아니라 비슷한 기전으로 발기부전을 일으키고 골절의 위험을 높인다. 더욱이 임산부가 담배를 피우면 기형아 출산이 늘어 국민의 질을 떨어뜨려 한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후성유전이란 담배를 피우면 획득형질인 각종 암을 포함한 만성 폐쇄성 폐질환 같은 여러 폐질환이나 버거병, 해리성 대동맥류 같은 혈관이 좁아지거나 터지는 병 등이 본인뿐만 아니라 아들딸, 손주까지 3대를 걸쳐 자손에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계속 흡연하며 연명하면 아들딸, 손자 손녀가 어떤 병을 앓다가, 어떻게 죽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너무 잔인한 이야기일까?

<김응수/웃는세상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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