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 원장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이웃이 있다고 했다.

상부상조의 정신이 견고할수록
우리의 농촌은 더욱 아름답고
풍요로운 사회로 나아가게 된다.
고귀한 상부상조의 협동정신을
잘 계승 발전시켜 나가자."

▲ 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 원장

요즈음 농촌 들녘을 걷다 보면 논에는 이앙기로 갓 심어진 어린 모들이 하늘하늘한 모습으로 물속에 잠겨 미래를 꿈꾸고 있다. 곧 머지않아 무럭무럭 자라서 푸른 들판으로 물들이게 될 것이다.

예전 같으면 모내기 때에는 농업인들이 구성지게 농요를 불러가며 노동의 힘겨움을 달래면서 농작업을 했다. 들판이 온통 떠들썩한 분위기로 연극의 한 장면처럼 연출되는 모습이었다. 나는 어릴 적 고향에서 전통 농요(農謠)인 ‘공갈못 노래’(경상북도 상주)를 모내기 판에서 곧잘 들을 수 있었다. 어느 한 사람이 먼저 선창을 하게 되면 이내 다른 사람들이 함께 부르곤 했다. 이 농요의 가사의 내용에서는 아름답게 피어난 연꽃 사이에서 처녀와 총각이 서로 눈이 맞아 정분이 나는 은유적 애정을 나타낸다. 그래서 힘든 모내기 작업도 한결 흥겨운 노랫소리와 더불어 즐겁게 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곤 했다. 역시 우리 인간은 이성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듯 마음에 에너지가 되는 감성 작용의 중요성을 느껴봤다.

그때는 어떻게든 열두 품을 팔아서 하루에 자기 농장 일을 싹 해치우는 게 최고였다. 일을 능률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했다. 농가마다 정해진 모내기 일정에 따라 동네 사람들이 상호 간에 품앗이로 돌아가면서 작업을 함께 했다. 한정된 시간, 한정된 자원을 총동원해서 한 두 사람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 성공하기 위해 공동작업을 한 것이다. 품앗이나 두레는 그래서 생겼다. 그게 바로 우리의 미풍양속이 돼 전통문화로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아쉽게도 이런 아름다운 모습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농촌의 고령화, 농작업의 기계화 또는 화폐경제가 지배하는 고용형태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산업사회의 문명이 상부상조의 미덕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마냥 안타깝기도 하다. 농촌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촌공동체를 복원하고 전통농경문화를 계승발전 시켜나가야 한다. 거기에 인간다운 삶의 숨결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농작업은 기계화로 많이 전환되고 있다고 하지만 농촌의 일손은 늘 부족하고 바쁘다. 한창 바쁜 오뉴월에는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근로자들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인력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도 많다. 농작업은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자연의 성장 리듬에 따라 북돋워줘야 튼튼한 농작물로 자라게 된다. 정초부터 시작되는 과수나무의 전지·전정 작업, 그리고 작물파종과 모종 심기, 제초작업 등 연중 쉴 새 없이 해야 할 일들이 펼쳐지게 된다. 수확도 역시 제때에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물론 작목에 따라 농작업 집중화 시기가 다르지만 하여튼 일손이 늘 부족한 곳이 농촌이다. 이웃 농가에 더욱 관심을 가져보자. 농가 간에도 서로 협동하면서 함께 해나갈 일들이 많다고 생각해본다.

어느 때보다도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하이테크 사회가 될수록 하이터치의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그 하이터치는 인간 본성에 입각한 옛 조상들이 미덕으로 지켜온 상부상조 정신에 대한 공감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우리 농업인들의 마음의 보고(寶庫)인 농심을 행동으로 더욱 발현해야 할 때다.

흔히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공자는 ‘덕필고(德必孤) 필유린(必有隣)’이라고 했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이웃이 있다고 했다. 상부상조의 정신을 견고히 할수록 우리의 농촌은 더욱 아름답고 풍요로운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고귀한 상부상조의 협동정신을 잘 계승 발전시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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