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EO열전···경기 여주 술아원 강진희 대표

▲ 술도 빚고 술도 즐긴다는 술아원의 강진희 대표

여주쌀로 빚은 과하주로 전통주의 대중화 꾀해

긴 원목 테이블에 감각적인 빨간 냉장고, 노출 콘크리트의 인테리어로 마치 카페 같은 양조장인 여주의 술아원은 올해 농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된 곳이다. 양조장이 단순히 술을 만드는 장소가 아니라 찾아와서 즐기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던 술아원 강진희 대표의 철학을 담았다.

“양조장은 공장이지만 좀 더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죠. 맛과 향이 외국 술에 전혀 뒤지지 않는 우리 전통주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술을 빚으면서 술도 즐길 줄 안다는 강 대표는 양조장 이름도 ‘술과 나’란 뜻의 술아원이라 지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제과제빵 소믈리에 등을 두루 공부한 강진희 대표는 우연히 와인스쿨에서 우리 전통주를 맛보고, 그 매력에 빠져 가양주연구소에서 가양주를 공부했다.

“와인과 맥주는 기본 레시피가 있지만 전통주는 그때그때 발효가 달라 무척 어렵다고해서 오히려 도전의식이 발동했나 봐요.”보통 가양주는 가업을 잇는 양조장이 꽤 있지만 강 대표는 가업도 아니고 처음부터 엄청나게 큰 뜻을 둔 것도 아니라 부담 없이 하고 싶고, 빚고 싶은 술을 만들 수 있었다.

2014년 3월, 술아원은 첫 작품으로 약주인 과하주를 출시했다.

▲ 술아원의 제품들. 4종의 과하주와 프리미엄 과하주인 경성과하주, 복분자약주 복단지를 생산한다.

 

# 조상의 지혜가 담긴 과하주

“과하주는 일반적으로 여름을 잘 나기위해 마시는 술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더운 여름에도 상하지 않게 만든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술이죠.”

냉장고가 없던 시절, 술이 상하지 않고 저장하기도 좋게 쌀로 만든 발효주에 소주를 첨가해 만든다.

‘달고 독한 술’, 옛날에 설탕이 없던 시절의 귀한 술은 단맛을 유지하는 술이었다. 과하주도 달고 독한 술의 기본을 유지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를 테마로 캐주얼한 술로 접근해 출시한 게 ‘술아’다.

고문에는 과하주의 도수를 25도로 소개하지만, 강진희 대표는 좀 더 부드럽게 15도의 도수로 과하주를 빚는다. 대중성을 생각해 널리 보급하고 싶어서다.

집에서 조금씩 만들어 먹던 술인 가양주를 대량화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2~3kg씩 만드는 가양주를 100kg~200kg을 손으로 빚을 때 정말 힘들었죠. 이젠 일정 공정은 기계를 이용해 만들고 있어요”

 

#아까워서 못 마시는 술

▲ 경성과하주는 오크통에서 1년간 숙성해 출시한다.

술아원은 프리미엄금 과하주로 경성과하주도 술아에 이어 출시했다. 발효기법으로 만든 술 중에서 경성과하주는 가장 유명한 술로 알려져 있다. 대중적인 술아는 보통 3개월이며 발효돼 출시되나 경성과하주는 1년을 숙성 시켜 세상에 내놓는다.

“경성과하주는 저도 잘 못마셔요. 아까워서요”

경성과하주는 프리미엄 과하주답게 디자인에도 무궁화를 모티브로 레트로 이미지를 입혀 놓았다.

“‘내가 얼마나 오래할 수 있을까’ 불안했었는데 이제 7~8년 지나다보내 히트 상품도 생겨났어요.”지난해 복분자가 들어간 과일약주 ‘복단지’가 술아원의 히트상품으로 매출을 높여줬다.

“복분자도 딸기 블루베리처럼 예쁜 베리인데 너무 아저씨들만 즐기는 술 같아 억울할 것 같아 발효약주로 출시했는데 젊은 층의 온라인 구매가 많았죠.”

 

# 지역 농산물 이용해 지역과의 상생

술아원에선 여주산 찹쌀과 쌀을 이용해 술을 빚는다.

“품종별로 맛 차이가 많지는 않지만 좋은 쌀은 찔 때 냄새가 다르죠.”

밥을 지어 맛있는 쌀은 술로 빚어도 맛있다는 강진희 대표는 여주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위해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은 높아도 여주산 농산물만을 사용하고 있다.

“음식은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알 듯 술도 마찬가지예요. 발효식품 김치처럼 우리 전통주도 계속 맛보고 접해야 더 친근해 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많이 알려야 하고요”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된 만큼 홍보와 영업도 열심히 하며 전통주의 대중화와 저변 확장에 기여하겠다는 게 강진희 대표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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