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 시 마당- 배수자

▲ 배수자

초록 잎가지 끝에
홍자색 나비가 앉았다 날아가고
너의 아름다움에 취해
다가온 나를 보며
겸손한 자세로 미소를 짓는다.

한참 너를 보고 있노라면
자상했던 아버지의
하회탈 같은 미소가 떠오르고
생전에 아버지가 만들어 사용한
싸리비가 생각난다.


지금은 추억의 역사 속으로 떠났지만
이토록 하얗고 예쁜 싸리나무가
빗자루가 되어 집 안을 깨끗이
청소했다는 걸 생각하면
고향의 오솔길이 눈물 나게 그리워진다.

세월이 흘러도 먼지가 쌓인 채로
아직도 곳간에 세워 둔 아버지의 흔적이
인생의 순정으로 되살아나면서
가난한 시절의 인정이
싸리꽃 앞에서 행복의 웃음으로 피어난다.

 

배수자 시인 문학박사로 수원 곡반초 수석교사로 재직 중이다. 제4회 나혜석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마음의 향기’ ‘얼음새 꽃 소리’ ‘사색의 오솔길’ ‘시들지 않는 꽃’과 수필집 ‘만남의 심미학’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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