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고향마을을 찾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지역축제처럼 붐비던 5일장이 사라진지 오래며 그 자리를 구멍가게 몇 곳이 대신하고 있다.
고향마을은 해마다 빈집이 늘어나고 80세를 넘긴 노인들이 고향집을 지키고 산다.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저출산·고령화가 낳은 ‘농촌소멸’의 현장을 보는 듯하다. 농가인구의 65%가 65세 이상인 반면, 40세 미만의 젊은 농가는 전체농가의 0.68%에 불과한 것이 오늘의 한국농촌이다. 전체인구가 2만 명도 안 되는 군(郡)이 늘어나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의 농업·농촌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웃일본은 농업·농촌을 살리고 도시와 농촌의 상생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2008년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명 ‘고향세’라 불리는 이 기부금 제도는 인구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고향에 개인이 기부를 하면 기부금의 일부 또는 전액을 세액공제 형태로 돌려받는 제도다. 특히 고향세에 참여할 경우, 지역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해 농산물 판로 확보와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10년 넘도록 입법문턱에서 좌절됐던 ‘고향세’ 법안이 국회 행안위를 통과해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농촌이 없는 도시는 없다. 선진국일수록 농업강국이며 농어촌지역 활성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농업·농촌을 살리고 도농이 상생하는‘고향세’를 도입하는데 정치권과 국민적 관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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