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권희민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연구사

 

복숭아식초음료로
코로나로 지친 일상에
맛과 건강을 만족을...

권희민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연구사
권희민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연구사

코로나19로 우리는 예전과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계절은 변함없이 바뀌어 창밖의 풍경을 다채롭게 만든다. 코로나19로 마음이 추워서 그랬는지, 유난히 춥게만 느껴지던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봄이 깊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노란 개나리와 산수유를 시작으로 벚꽃이 화려하게 피고지고 연분홍색 복숭아꽃까지 활짝 피었다.

복숭아는 장미과에 속하는 복숭아나무의 열매로 예로부터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고 피부를 맑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열매뿐만 아니라 씨는 혈액순환에, 꽃잎은 이뇨작용과 염증 치료에, 나무의 진은 오장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한약재로도 널리 이용됐다. 또한, 복숭아에는 비타민C와 A, E, 플라보노이드 등이 많아 피부 미백과 노화 방지 효과가 있으며, 각종 유기산은 피로 해소에, 펙틴 등 다양한 섬유질은 장 운동과 변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밝혀진 바 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대추, 감, 매실, 복숭아 등을 이용해 술과 식초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만든 식초는 각종 염증을 치료하고 살균과 해독에 이용했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은 조선시대 고문헌 21권에서 과일식초 제조법을 조사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품질이 향상된 전통식초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 중 <임원십육지>(1835, 서유구)는 복숭아 식초(도초방)가 기록된 유일한 문헌이다. 여기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발효시켜 재현한 복숭아식초의 유기산을 분석한 결과, 젖산이 70%, 아세트산이 27%, 구연산이 3%를 차지했고, 산도가 1% 내외로 식초 기준규격(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에 따르면 총 산도 4%)에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효 특성이 우수한 국산 종균을 사용해 제조공정을 개선했다.

개선한 복숭아 식초 제조법은 문헌에 기록된 전통적인 방법보다 발효 기간은 30일 이내로 줄어들었고 산도는 7%로 높아졌다.
또한, 아세트산과 구연산을 비롯한 9종의 유기산을 비롯해 단맛과 관련된 아스파라긴과 알라닌 등 유리아미노산이 풍부해졌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소규모 농산업체에서도 쉽게 고품질의 발효식초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상의 지혜와 우수한 국산 종균, 그리고 과학기술로 확립한 제조공정이 더해져 탄생한 복숭아 식초 제조기술은 소규모 농가형 식초 제조업체 등에 기술이전돼 프리미엄 식초 상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낮 기온이 점점 오르면 시원하게 마실 것이 생각난다. 예전과 달리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답답함과 텁텁함 때문에 더욱 그런 듯하다. 그럴 땐 복숭아 식초를 물에 타 얼음을 동동 띄워 한 잔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에 맛과 건강 모두를 만족시키는 새콤달콤하고 시원한 휴식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