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농촌진흥청 축산환경과 권경석 연구사

노동력 투입 제로 실현…차단방역 효과도 만점
오리 농가의 노동력 절감하는 방역 만점 스마트기술로 평가

“깔짚 자동살포장치를 처음 적용했었던 농장주가 제 두 손을 꼭 잡고 ‘덕분에 이제 좀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동안 깔짚 작업으로 얻은 허리통증이 심했던 농장주의 말에서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었지요. 발로 뛰고, 실제 농업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짜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농촌진흥청에 입사했는데, 깔짚 자동살포장치 개발로 조금이나마 다짐을 실천한 것 같아서 감회가 더 새로웠지요.”

농촌진흥청 축산환경과 권경석 연구사(36)는 석사과정부터 시작한 축산 관련 연구를 11년째 이어오면서, ‘현수형 가금시설 깔짚 자동살포장치’ 개발 등을 비롯해 ‘오리사 바닥 깔짚자동살포장치 개발 및 실증’ 논문과 학술발표 3건, 한국축산환경학회 우수논문발표상 등 2건, 오리사 바닥재 수분함량 저감을 위한 왕겨살포기준 등 영농활용 2건, 정책자료 제출 1건 등을 비롯해 다양한 홍보와 전국 오리사에 깔짚 살포장치 보급에 일조하고 있다.

국내의 오리 총 생산액은 2019년 1조3900억 원 규모로, 농림업 총 생산액 기준, 여전히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사육농가 수는 2011년 대비 46% 감소했고, 사육수수 또한 27% 감소하는 등 하향추세다.
“국내 오리사육 농가는 갈수록 줄어드는 형편입니다. 그 이유가 경제성이 없어 폐업하거나 육계로 축종을 전환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오리 사육업의 반등을 위한 타개책으로 스마트 축산 기술의 도입이 절실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오리는 음수량이 많고 분(똥)에 수분함량이 높아 바닥재가 질어지기 때문에 빈번한 바닥관리가 요구되는 업종입니다. 바닥의 수분 함량이 증가하면, 각종 병원성 미생물이 증식은 물론 발바닥 피부염, 흉부 깃털 쓸림 등도 발생합니다. 당연히 도체 품질의 하락과 동물복지 문제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오리 사육농가에서는 바닥 수분 관리를 위해 왕겨, 톱밥 등의 깔짚을 주기적으로 뿌려주는 것이 큰 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오리농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깔짚의 살포 작업은 손수레를 이용해 사람이 직접 살포하거나(42.9%), 차량형 퇴비살포기를 이용(47.6%)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깔짚 살포 시 방식과 작업자의 성별 등에 따라 소요 시간은 상이하나, 평균적으로 5천수 1개동 기준, 약 40~120분이 소요되며 그 어느 축산분야보다 노동집약적인 작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리사의 바닥관리를 위해 차량형 퇴비살포기를 이용할 때, 외부 오염물질이 바퀴에 묻어 시설 내부로 유입되는 교차오염의 가능성 우려도 높았다.

“오리농가의 노동과 병원균 관련 자료를 종합해볼 때 노동력 절감과 차단방역 달성을 위해서는 스마트 축산 기술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결론으로 저와 동료들이 노동력 투입 없이 자동으로 바닥 깔짚을 관리할 수 있는 장치 개발에 나선 것이지요.
자동살포장치는 농가 면적과 운영 기준에 따라 깔짚의 살포 범위와 중량을 조절할 수 있어요. 또한 필요 시 장치 전면부에 무선통신 모듈과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센서, CCTV를 설치해 농장주는 외부에서도 손쉽게 농장 상태를 원격으로 관찰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장치에 탑재된 알고리즘을 통해 깔짚 작업이 중단되더라도, 자동으로 깔짚의 재공급, 살포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어 ‘무인 자동화 관리’를 실현했습니다. 깔짚 자동살포장치의 도입을 통해 현행 오리 사육농가에서 사람이 직접 1개 동당 40~120분 걸려 실시하던 깔짚 살포 작업을, 별도의 인력 투입 없이 15분 내로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권 연구사와 동료들의 노력으로 개발된 바닥 깔짚의 ‘무인 자동화 관리’ 시스템은 농가의 애로사항 성공적 해결과 차단방역의 효과는 물론 다른 축종과 비교해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오리 스마트농업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깔짚 자동살포장치에 대한 실증 사업을 통해 분석한 결과, 우리가 개발한 무인 방식의 장치 도입 시 농장주가 유해한 분진 환경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현재 영상정보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장치 스스로 오리 농가의 바닥 상태를 진단하고 깔짚 살포량을 결정하며, 깔짚의 구매 계획에 대한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연구개발이 추가적으로 계획돼 있어 오리 스마트농업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지요.

특히, 깔짚자동살포장치를 통한 작업 시 인력 투입 ‘제로’를 실현했다는 것입니다. 도입 시 육용오리 1개 농가당 연간 500여만 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지요. 이를 전국 육용오리 농가 전체에 보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40억여 원의 수익 산출도 기대됩니다. 기타 조류독감 등의 차단방역 효과가지 더할 경우 경제 사회적 파급효과는 훨씬 클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