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우리가 선도한다 – 전북 김제 ‘하랑 영농조합법인’

더 늦기 전에. 지금 우리 농업과 농촌이 탄소중립에 있어 지금의 긴박함을 표현한 문장이다. 정부의 탄소중립 2050 계획은 농업·농촌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온실가스를 저탄소 기술로 줄이는 과정에서 에너지이용 효율화와 감축실적에 따른 추가소득 발생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득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온실가스 감축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배출권거래 시장 거래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 하랑 영농조합법인은 필요한 냉난방 에너지를 지열 히트펌프로 공급하고 있다.

2016년 최첨단 유리온실에 적합한 지열 히트펌프 도입
60% 비용 절감·수정벌 활동성 증가·수확시기 조절 등 이점

과거에 없었던 기후이상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구온난화는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농도 증가 때문이다. 작목별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적의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은 크게 ▲에너지 이용 효율화 ▲신재생 에너지 ▲합성비료 절감 ▲바이오매스 활용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전북 김제의 하랑 영농조합법인(대표 허정수, 이하 하랑)은 지열 히트펌프로 토마토 재배에 필요한 냉난방 에너지를 대체하고 있다.

일찍 눈 뜬 신재생 에너지
하랑이 지열 히트펌프에 눈을 뜬 건 지난 2016년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공사, 지자체의 에너지 이용 효율화사업에 선정되며 28억6982만 원의 사업비를 배정받아 24대의 지열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 허정수 대표

허정수 대표는 “자비부담이 20%로 약 5억 원 정도 됐는데 농업인 입장에서 엄청난 지출이었다”면서 “과감하게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건 기존에 물탱크를 통한 비용을 충분히 절감할 수 있는 이점과 점차 평균기온이 올라가면서 냉방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물탱크로 난방을 했었을 때 비용이 10이라고 한다면 지열 히트펌프는 4의 비용으론 충분했다. 60% 이상의 절감효과가 있었단 것이다. 300톤 규모의 물탱크로 수온을 높이는 방식은 냉방을 할 수 없어 토마토 생육의 적정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하랑 입장에선 큰 단점이었다.

비용절감 이외에도 최첨단 스마트팜 유리온실에서 고품질의 토마토 생산을 위한 이유가 합쳐져 지열 히트펌프를 도입한 것이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채소학과를 졸업한 허 대표는 일찍이 스마트팜이 우리 농업의 유일한 돌파구란 믿음이 있었기에 첨단 유리온실과 지열 히트펌프라는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하랑이 도입한 지열 히트펌프는 각기 여름과 겨울에 운영방법이 다르다. 지열을 교환케 하는 환수관을 통해 여름에는 차가운 물을 땅으로부터 뽑고 대신 뜨거운 물을 투입한다. 겨울에는 뜨거운 물을 뽑고 차가운 물을 투입하는 것으로 히트펌프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함이다. 한 가지 방식으로만 하면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땅 속의 물을 뽑아내기만 한다는 건 오해다. 히트펌프를 통해 각기 수온이 다른 물을 순환하는 방식으로 거기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다. 수온을 50℃ 설정해 그 이상 온도가 오르면 히트펌프가 자동으로 멈추도록 해 에너지 손실도 최소화했다.

▲ 1만5000평의 하우스에서 다양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하랑 영농조합법인

다양한 토마토 생산에 안성맞춤
하랑이 생산하고 있는 건 완숙토마토와 체리토마토, 그리고 칵테일토마토다. 특히 칵테일토마토는 일반토마토와 방울토마토의 중간사이즈로 유럽에선 여러 토마토 중 가장 대중화됐다. 크기와 맛에서 각종 요리에 활용하기 좋은 탓이다. 1만5000평에 이르는 하랑의 유리온실 중 6000평은 완숙토마토, 2500평은 칵테일토마토다. 아직은 완숙토마토 비중이 높지만 점차 칵테일토마토로 비중을 높여간다는 게 하랑의 구상이다.

지열 히트펌프의 또다른 장점은 더 있다. 벌을 통해 수정을 하는데 온도가 너무 높으면 활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1년 내내 일정한 온도가 유지될 수 있어 수정벌의 활동력도 계절을 가리지 않고 높아 자연스레 토마토의 수정률도 올라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수확시기도 조절이 가능하다. 농산물 가격의 가장 큰 단점은 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지열 히트펌프 도입으로 다른 농가보다 이른 6월부터 토마토 정식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8월에 정식하는 다른 농가보다 토마토 물량을 일찍 공급할 수 있다.

허 대표는 “토마토가 시중에 거의 나오지 않는 겨울에 물량주문이 오히려 많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라면서 “단가가 높은 시기에 맞춰 토마토를 재배할 수 있어 고소득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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