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장수박사, 서울대의대 박 상 철 교수

 

한국인 평균수명 증가세 선진국 앞질러
된장·김치 등 발효식품은 건강장수식품
꾸준히 움직이고 낙관적이어야 장수

사람의 가장 큰 욕심 중 하나는 아마도 무병장수일 것이다. 이러한 바람은 인간의 수명을 계속 늘이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도 갈수록 늘고 있어 국민들은 장수에 대한 큰 희망을 갖게 된다.
이와 관련, 세계적인 장수분야 연구자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상철 교수를 만나 한국인 장수실태와 장수노인들의 생활 사례, 장수비결 등 재미있는 얘기를 들어봤다.

한국 사람의 수명이 크게 늘고 있다. 옛날과 비교해 오늘날 한국인의 장수 실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세계인의 평균 수명은 40세 전후였다. 60년대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50세에 불과했다. 통계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9세를 넘어섰다. 학술적으로 전체 인구 중 60세 이상 노인인구 7%일 경우 고령화사회라고 하고, 14%일 경우는 고령사회, 20%일 경우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기까지 프랑스는 100년, 미국은 25년 걸렸다. 장수국가로 알려진 일본은 19년, 한국은 14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인의 수명 연장이 놀랍다.

불과 40여년 사이에 한국인의 수명이 크게 연장됐는데….
무엇보다 깨끗한 물을 먹게 된 덕이다. 과거엔 지하수나 냇물이 주요 상수원이었지만, 전국적으로 상수도가 거의 보급되면서 깨끗한 물을 먹게 된 것이 수명 연장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전기의 보급으로 난방이 용이해진 것도 수명 연장에 큰 도움이 됐다.
교통의 발달로도 수명이 늘고 있다. 요즘은 산골오지까지 아스팔트가 포장돼 교통이 편해졌다. 농가에서 마을보건소까지 2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교통망 정비가 잘 돼 있어 긴급한 노인환자도 응급구호를 받을 수 있다.
전 국민이 쉽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이 도입된 것도 장수의 큰 요인이다. 우리 연구팀이 2000년 100세 노인의 장수실태 조사와 무의촌 진료 차 강원도 첩첩산중 오지마을을 찾아갔을 때 각 가정에 전화와 냉장고, TV, 라디오 등을 갖추고 사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러한 환경개선과 교통망 형성, 의료체제 정비 등이 오늘날 한국인의 수명이 늘게 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건강한 삶을 누리려면 무엇보다 잘 먹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렇다. 우리의 전통식단은 건강 장수의 최상의 식단이다. 나물을 무쳐 채식위주로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피를 만들어 악성빈혈을 막는 조혈(造血) 기능과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인식하는 인지(認知)능력, 신체운동기능 특히 방광활동을 돕는 비타민B12는 종전까지 육류에서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던 것을 우리 연구팀이 한국인이 즐겨먹는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과 청국장에 비타민B12가 있는 것을 규명했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전통 식단으로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앞으로 우리 식품업계가 된장, 청국장을 세계적 장수식품으로 개발한다면 수출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농촌노인들은 텃밭을 가꾸며 신체를 단련하고, 늘 싱싱한 농산물을 먹으므로 건강하고 장수하는 것 같다.

장수를 위한 올바른 생활습관은?
첫째, 가능한 한 몸을 많이 잘 움직여야 한다. 늙은 것을 비관하지 말고 외롭게 느끼지 말고 살아야 한다. 쉽게 말해 왕년에 호사롭게 살던 시절은 잊고 지금의 환경을 잘 받아들여 야 한다.
또한, 창의적인 사고로 머리를 쓰며 살아야 한다. 90이 넘은 장수노인 중에는 낮에는 들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명심보감 등 글을 읽는 분을 보았다. 이렇게 주경야독하는 사람들은 오래 살 수 있다.
늘 다정다감한 감성을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것도 중요하다. 100세 노인을 취재하던 중 즉석에서 노래 20여 곡을 즐겁게 부르는 노인을 본 적이 있다. 이 노인처럼 즐거운 감성을 가져야 오래 살 수 있다.
남의 얘기에 예민하게 반응해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비방의 말에 상심하지 말고 범상한 마음을 가져야 오래 산다.

교수님이 만나본 장수노인 중 기억에 남는 사례는?
전남 곡성의 104세 할머니는 장수관련 설문에 장시간 거침없이 많은 얘기를 들려줬다. 할머니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나에게 “큰 며느리 칭찬을 많이 하더라고 꼭 들려줘야 한다”고 부탁의 말을 해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이처럼 며느리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기에 안방을 며느리에게 내주지 않고 대접 받으시며 오래 사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도 화천에 사시는 98세 남편과 88세 아내는 건강 장수비결을 묻자 “부부간에 꼭 손을 잡고 자야 잠이 든다”고 말했다. 피부를 맞대는 스킨십이 건강장수의 비결임을 암시했다. 그리고 크게 웃으며 그 이상의 얘기는 더 묻지 말라고 하더라. 요즘은 50대만 되도 부부가 각방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건강장수에 역행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여성이 남성보다 길다. 여성의 장수요인은 무엇인가?
여성이 남성보다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남편들은 기를 펴고 긍정적으로 사는 태도를 보여야 하고, 아내들도 싹싹한 태도와 애교로 남편의 기를 살려줘야 부부가 오래 해로하게 된다.
서울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에 가면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며 장기와 바둑 등 소일거리를 하다가 무료급식을 하는데 이곳에서는 여자들을 거의 볼 수 없다. 할머니들은 남편을 짐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구박도 하지 말아야 한다. 기를 펴줘야 오래 산다.

장수노인 급증으로 노인복지정책이 중요하다.
나는 국가와 지역사회가 노인을 돌보는 스웨덴식 노인복지정책은 별로 달갑게 생각지 않는다. 이탈리아나, 그리스, 스페인에는 양로원이 없다. 이들 나라는 가족과 이웃이 노인을 섬기도록 국민을 계도하고, 노인을 부양하는 가정 지원에 크게 주력하고 있다.
노인들은 가족의 보살핌이 있어야 오래 산다. 노인들도 늙은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움직일 수 있으면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 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장수과학 최고지도자과정을 밟고 있는 한 할아버지는 9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젊어서 일군 사업체를 아직도 운영하고 있다.
자식들도 연로하신 부모님을 짐으로 생각하지 말고 봉양해야 한다. 부모 모시기가 힘들면 부모의 이웃과 친구에게 부모섬기는 일을 잘 부탁하고 자주 찾아봬야 한다.
장수실태 조사를 하다보면 이웃과 함께 사는 노인이 이웃이 없는 노인보다 더 활기차게 사는 것을 보게 된다. 좋은 이웃과 정다운 친구가 많은 것도 또 다른 장수 비결이다.


TIP “9988” “234”

박상철 교수는 오래전 중앙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무병장수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죽자는 뜻의 ‘9988’과 죽기 전에 2~3일 아프다 4일째 죽는다는 의미의 ‘234’라는 얘기를 만들어냈다. 박상철 박사의 “9988”, “234”라는 말은 우리 국민들의 술자리 건배사로 유행되고 있다.


백세 한국인 장수 비결은

▶늘 부지런히 움직인다
▶환경에 적절하게 적응
▶보약·보신음식 안찾아
▶감성 풍부하고 즐겁다
▶적극적으로 생락한다.

100세 넘게 사는 장수인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서울대의대 박상철 교수는 다섯 가지를 꼽았다. 박 교수가 한국의 “장수벨트 지역”으로 꼽는 전북 순창군과 전남 담양군, 곡성군, 구례군 거주 장수인을 토대로 분석한 내용이다.
첫째,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혼자서 밭일을 거뜬히 해치우는가 하면 직접 개발한 맨손체조를 하루에 열댓 번씩 꼬박꼬박 하는 장수인도 있었다.
둘째, 열심히 적응한다. 박 소장은 “험한 신속이나 휴전선 바로 밑 추운 지방에 사는 장수인도 상당수”라며 “한국전쟁의 굴곡을 겪고 가난에 시달린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분도 많다.”고 말했다.
셋째, 보약과 보신식품을 무분별하게 쫓지 않는다. 박 소장은 “상당수 보약과 보신식품이 안전성을 완벽하게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무분별하게 섭취할 경우 몸 안에 유해물질이 생성돼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넷째, 풍부한 감성을 갖고 즐겁게 산다. 장수인 중 상당수는 조그마한 것에도 감시하고 노래도 즐기는 풍부한 감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장수인은 적극적으로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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