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직업․건강 측면에서 남성보다 영향 커

언택트 생활 확산이 워라밸 촉진 기회 돼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사회·보건복지 등 모든 분야의 지표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특히 코로나19가 남성보다 여성의 삶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성평등의 위기와 기회를 조망하다’라는 세미나의 주제발표에 따르면, 코로나가 젠더불평등에 미친 영향에 대해 국제기구는 경제적·돌봄·건강·가정폭력 등 네 가지 측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코로나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고했다.

먼저 코로나에 따른 경제적인 측면을 보면, 무급 돌봄과 가사노동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양질의 노동에 대한 접근 제한도 크며, 일자리를 잃는 기회도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여성의 무급 돌봄과 가사노동이 증가하고, 직업과 소득의 손실 등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스트레스와 불안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노동 측면에서도 학교나 육아시설, 노인·장애인 돌봄시설 등의 폐쇄와 전염병 확산으로 여성의 가족 관리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밖 돌봄노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육과 간병, 청소, 조리, 마트, 보건의료, 콜센터 등 필수노동 분야 대부분에서 여성 노동을 필요로 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여성들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젠더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여성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가격리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증가하긴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정이 재택근무와 원격교육으로 근무지이자 학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의 구분이 모호해짐에 따라 가정 내에서 여성의 역할이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이 여성에게 기회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방향에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문화 확산과 4차 산업혁명 가속화가 일터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여성들의 시간압박감을 증대시키기도 하지만, 공간을 초월하고 유연한 근무시간으로 일·가정 양립의 새로운 환경이 구축되는 계기가 되고 있어 워라밸사회를 촉진시킬 정책방안 연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심화된 젠더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성 일자리의 양적·질적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또한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여성의 경험에 대한 연구를 통해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입을 여성들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논의도 지금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젠더불평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개선 요구가 꾸준히 있어왔지만, 그 같은 문제가 코로나로 더 심화된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젠더불평등이 변화된 시대상에 맞게 해소되고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균형된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 준비는 지금부터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젠더평등 실현을 위한 공론의 장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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