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과 건강 – 웃는세상의원 김응수 원장 (전 한일병원 원장)

▲ 8번이나 재인쇄 됐을 정도로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 '흉부외과 의사는 고독한 예술가다'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이 없어 문을 열었다. 바로 얼마 전 흉선암을 수술 받았던 여교사였다.
“웬일이에요? 여태 개학하지 않았나요?” 그녀는 나를 빤히 보더니만 눈물을 글썽거렸다.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었어요. 며칠 전 삼우제를 지냈어요. 제 퇴직이 아직 두 해나 남았는데, 퇴직하면 전원주택에서 꽃을 심으며 도란도란 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망설였다. 그때 그녀가 내 책상위로 가방을 하나 내밀었다.
“남편이 시골가서 심을 거라고 모은 꽃씨에요. 이젠 필요 없어졌어요. 선생님도 전원주택에서 사실 거라 했죠? 남편 대신 심어주세요.”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무덤에 피어있던 쑥부쟁이가 떠올랐다.
- 책 ‘흉부외과는 고독한 예술가다’ 중 일부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의 원장을 지낸 김응수 박사는 시와 인문학을 하는 의사로 잘 알려져 있다.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문학적 의료인’ 김응수 박사는 ‘흉부외과 의사는 고독한 예술가’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어릴 때 결핵성 늑막염으로 왼쪽가슴에 물이 차 죽을 고비를 겪고 흉부외과 의사가 됐다. 선천적 약골이었지만 ‘악으로 버텨온 건강’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실제로 6~7시간을 서 있어야 하는 흉부외과 수술 중 갑자기 숨쉬기가 어려운 고비를 겪기도 했었다.

▲ 글쓰기를 좋아하는 '문학적 의료인' 김응수 원장. 실감나는 그의 칼럼이 기대된다.

“흉부외과는 특수분야로 수련의 과정에 거의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과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해요. 이 때문에 천사와 같은 간호사들에 대한 기억과 다양한 환자들과의 에피소드가 많죠.” 30년 의사생활의 단상들은 물론 참회까지 모두를 기록해 지금까지 여덟 권의 책을 집필한 김응수 박사는 아직도 세상을 향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

일부 의사가 사회적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것은 세분화된 것만 익혀 지나친 상업주의에 물든 것 때문이라고 보는 김 박사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겸손하려고 늘 노력한다. 무엇보다 의사는 인문학적 소양이 겸비돼야 의학의 중심에 사람을 놓고 진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도한 업무의 연속으로 의사들은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높아요. 휴가 때도 푹 쉬지 못하고 중환자실과 병실 걱정, 밤중의 중환자실 걱정 등으로 환자들에게는 술, 담배를 끊도록 권고해 놓고 스스로는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라고 말하는 김 박사는 본인이 책을 쓰는 이유도 생사를 다루는 큰 수술이 끝나면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경험을 풀어놓고 싶은 자연스러운 마음의 이끌림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1993년 ‘시와 사회’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김 박사는 2011년에는 서울문학인대회에서 ‘가장 문학적인 의료인’으로 뽑혀 문학계의 찬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시를 쓰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김 박사는 의대생 시절 신선이 되려는 황당한 꿈을 꾼 적이 있다고 웃으며 말한다. 공중부양이 가능하다는 도인을 찾아 공간이동을 단련하는 수업을 받았다고. 그러다 기(氣)를 불어놓는 기계에 불신을 보이는 자신을 타박하는 도인을 보고 실망해 속세(?)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런 일은 의학에서도 종종 있어요. 각종 의료장비의 성행으로 의사들이 모니터 화면만 들여다보고 환자를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죠.” 의사들이 환자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않고 피를 뽑고 과학기술을 동원한 검사만 하면 어디가 나쁜지 나올 것이라고 믿을 때 의학은 차디 찬 학문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단언하는 김 박사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닐 때가 많고, 같은 병에도 나이, 성별, 직업뿐만 아니라 경제적 여건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한 의사가 비슷한 병을 가진 사람에게 같은 수술을 했어도 결과가 다를 수 있고, 동일한 병을 앓더라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방법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의사는 아픈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프랑스 의사 도미니크 장라레의 말을 자신의 의료철학으로 삼고 있다는 김응수 박사는 현재는 ‘웃는세상의원’을 개원하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병원 이름처럼 해맑게 웃은얼굴로 환자를 맞이하는 김 원장은 앞으로 농촌여성신문 독자들을 위해 갱년기를 현명하게 보내고 건강한 노년기를 맞이하기 위한 여성맞춤 건강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여러 매체에서 중년여성 건강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많은 중년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이상이 나타나더라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것으로 여기면서 혼자 참는 경우가 많다.

중년여성이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선 건강이상 증세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치료를 받고 어떻게 몸을 관리해야 하는지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할 때다. 
“의료정보가 난무한 시대에 특히 농촌을 책임지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에게 알토란 같은 건강소식을 제공하려 합니다.” 사람냄새 나는 김응수 원장의 건강정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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