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지방 취재를 하다보면 지역의 풍광에 취할 때가 많다. 일이고 뭐고 시골에 살면 좋겠다란 생각을 하다가도 찾아간 취재지에서 일이 끝나고 식사를 하려할 때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나 커피 한 잔 할 곳이 없음을 깨닫고는 이내 도시생활의 습관이 스멀스멀 올라와 그런 상념을 딱 접어버리게 된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라지는 마을에선 아무리 좋은 풍경도 빛을 잃는다. 현장에서 느끼는 지방소멸의 위험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심심치 않게 빈집을 볼 수 있고 생기를 잃고 낙후된 마을에 기운이 빠질 때가 많다. 마을은 아이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고향에 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마을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마을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을 만들고 박물관을 만들고 학교를 살리며 마을의 부활을 꿈꾼다. 사라지는 마을의 이야기가 안타까워 만든 마을이야기 책자를 건네는 손길엔 간절함이 묻어났다.

내 고향이 아닌데도 책자를 읽으며 소소한 이야기와 빛바랜 옛 모습의 흑백사진에 가슴이 울컥했다. 왜 소중한 것들이 이렇게 사라져야 하는 건지... 현장에서 만났던 마을 활동가들은 마을이 살아나려면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다양한 인구 유인책을 연구하고 시도한다. 마을활동가들의 분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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