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 - 이화림 장수군연합회장

30년 농사로 몸은 ‘종합병원’…이젠 ‘해뜰날’

“소통으로 결속 다지는 생활개선회 만들 터”

고지대인 전북 장수에서 4만 평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화림 회장. 쉽지 않은 농사를 평생 지어온 만큼이나 그의 인생 또한 순탄치 않았다. 이제서야 조금씩 안정을 누리기 시작한 지금, 이 회장은 장수군 여성농업인을 대변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나섰다. 그가 그리는 장수군연합회는 어떤 모습일까.

▲ 이화림 회장은 전북 장수에서 4만 평 규모의 수도작과 토마토 농사를 짓는다. 이 회장이 토경재배한 토마토로 착즙한 즙 맛이 좋다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다섯 번의 큰 수술 겪으며…
주로 밭농사가 많은 전북 장수에서 벼농사를 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이 회장은 그럼에도 주어진 몫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30여 년간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어왔다. 모심을 때를 제외하고 그 널따란 논은 모두 둘의 몫이었다. “평생을 새벽같이 일어나 함께 일했죠.”

농사에 노하우가 생긴 후로는 토마토 농사도 조금 짓고 있다. 이 회장은 땅이 작물에게 주는 영양을 무시할 수 없다며 조금 고생스러워도 토경재배를 고집한다. 그래서 맛이 더 일품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 회장이다. “농사는 정직해요. 땀 흘리고 정성 들인 만큼 맛이 나죠.”

아홉 형제 중 장남인 남편이었기에 농사일 외에 시부모님을 모시는 일 또한 이 회장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여성농업인 특유의 활력으로 무엇이든 척척 해내며 이웃의 농사일을 돕기도 하고 지역사회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피곤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드물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피곤이 너무 쉽게 찾아왔어요.” 당시 받았던 건강검진결과, 갑상선 검사를 한 번 더 권유받았지만 바쁜 영농에 쉽게 잊어버린 상황이었다. “자꾸 피곤하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갑상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마침 떠올라서 한 번 더 검사받고 수술하게 됐어요.”

갑상선 외에도 임파선, 맹장 등 수술대에 다섯 번이나 오르며 건강한 삶이야 말로 정말 감사한것이란 걸 깨달았다고 말하는 이 회장. “남의 땅에서 농사지으며 설움도 겪고 재정적으로 어려워 대출도 받으면서 잘 살아내려고 악착같이 노력했죠. 안정을 찾고 보니 건강이 제일인 것 같은 게 아이러니에요.”

소통으로 회원간 결속력 다질 것
장수군 토박이인 이 회장이 농사를 지으며 생활개선회에 가입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는 계남면회장, 장수군연합회 총무, 부회장 등을 거쳐 올해 회장이 됐다.
“건강을 생각해 활동을 조금 줄이려고 했는데 회장을 맡게 됐네요. 생활개선회가 좋은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열심히 참석하고 옆에서 도왔을 뿐인데, 그래도 임무가 주어졌으니 맡은 바를 다하렵니다.”

그는 생활개선회 활동을 하며 특히 장수군연합회가 생활개선회 단독으로 진행한 한마음대회가 참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장수군에서 주로 다른 단체와 함께 한마음대회를 하는데 이전에 생활개선회 단독으로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장수군연합회 모든 회원들이 참석하고 함께 게임하고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진정으로 소통하는 기분이 들뿐더러 결속력이 생기더라고요. 코로나19상황이 나아지고 기회가 된다면 생활개선회 단독으로 한마음대회를 다시 한 번 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회원과 임원 간 소통을 강조했다. 소통만 원활하게 이뤄져도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절대 혼자서 뭐든 해결하려 들지 않겠다고 회원들과 약속했어요.”

‘사과랑한우랑’ 등 지역축제에서도 활약하는 생활개선회였지만 코로나19로 축제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아쉽죠. 회원끼리 먹거리부스를 운영하고 그 수익금을 기부하면 뿌듯함이 있었는데요. 회원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많아졌으면 해요.”

이외에도 장수군연합회는 올해 새롭게 역대 회장들과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전 고문들을 한 번도 모신 적이 없더라고요. 이번 모임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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