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토종콩 지킴이 함정희씨

두부공장 하던 남편과 갈등 겪으며 국산 콩 고집

“국내 GMO 밥상 점유율 심각… 완전표시제 시행돼야”

전북 전주 ‘함씨네토종식품’은 국산콩만을 가지고 두부를 만든다. 수입콩과 1kg당 10배 넘게 나는 가격차이로 무늬만 국산콩 아니냐며 오랜 시간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지만 우리콩의 가치를 알고 지켜나가려는 함 씨에게 그러한 시선은 시기와 질투에 불과하다. 함정희 씨가 이토록 국산콩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함씨네토종식품의 함정희 대표는 수입콩, GMO콩의 유해성을 우려해 우리콩으로 만든 두부, 콩물, 청국장환 등을 판매한다.

5000년 콩 역사 문닫는다?
“국산 콩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한 건 5000년 역사를 가진 한반도 콩의 역사가 GMO(유전자변형농산물)와 수입콩으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는 말을 들은 뒤였어요.”어느 날 고려대 농학박사인 토종콩전도사 안학수 박사의 강의를 듣게 된 함 씨는 이 같은 말을 듣고 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수입되는 콩 대부분이 GMO로, 사람들의 건강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는 GMO 수입 1~2위를 다툴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을 수입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그 심각성에 제대로 다뤄지고 있지 않을 뿐더러 대형식품회사와의 이해관계로 인해 완전표시제마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소비자의 선택권조차 없는 실정이죠.”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매년 200만 톤의 GMO가 수입되고 있어 1인당 40kg 가량을 소비한다고 한다. 또한 GMO를 기르는 과정에서 살포되는 농약의 글리포세이트 성분은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물질로 판정될 정도로 독성이 강해 현재 미국 등지에서는 암환자 들이 GMO 제초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5000건 이상이다.

“GMO는 먹는 농약이에요. GMO를 막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건강한 식문화는 더 이상 없을 것 입니다.” 이대로 우리 식탁이 병들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함 씨는 남편이 운영하던 두부회사에 국산콩을 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그 제안이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함 씨의 남편은 콩을 수입해 두부공장을 운영할뿐 아니라 수입콩협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었고, 운영하는 공장은 삼양사, 백양 등에 납품할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이었다.

“어쩔수 없었어요. 남편이 바꾸지 않는다면 제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함 씨는 국산콩업체 개업식을 강행했다. 그때부터 부부간 갈등이 시작된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콩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으르렁거린단다.

좋은 음식은 약이 됩니다
함 씨는 전국의 콩농가를 돌며 재배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콩을 수매해 두부를 만들었다. 초창기엔 빚에 허덕이며 판매를 하고 공장을 돌리기 바빴지만 이제는 강의를 다니며 토종콩의 효능과 GMO의 유해성에 대해 알린다. 함 씨는 경찰대, 국세청 등에서 우리농산물, 토종콩 건강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하고 서울시 바른먹거리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마늘과 청국장으로 만든 청국장환이 그 효능을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신지식농업인상을 수여했다. 그는 그저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할 뿐이란다.

국산콩 알리미 활동의 바탕에는 오랜시간 내공을 쌓는 연구기간이 있다. 그는 2007년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식품과학을 전공하고 전주대학교 경영학 학사, 고려대 대학원 경영정보경영학 석사를 거친 뒤 올해에는 원광대 대학원에서 보건행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함 씨는 올해 서울국제식품포럼에서 K-푸드의 효능에 대해 강연한다.
“토종콩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줘요. 실제로 쥐눈이콩에 들어있는 글리시테인은 항암, 해독 역할을 하고요. 우리 토종농산물이 최고의 백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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