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장

"코로나 방역의 최고 은신처는
저밀도공간인 아름다운 농촌...
사람이 몰리지 않으면서
재미도 느끼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농촌다움의 숭고한 가치 속에
치유와 힐링의 공간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보자."

며칠 전, 나는 시골농장에 가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조그마한 과수원의 이랑 정리작업을 한 후 호두나무와 자두나무 묘목 몇 그루를 심고 돌아왔다. 큰 농장은 아니지만 올망졸망 밭을 가꿔가는 일은 내게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농작업을 할 땐 복잡한 잡념이 다 사라진다. 우울한 생각이나 코로나 감염에 대한 불안감에 대한 생각할 틈이 없다. 그래서 농사일은 자연 속에 몰입의 시간을 가져다주는 정신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여겨본다.

벚꽃이 만발한 지금의 싱그러운 봄 향기는 마음을 치유해주는 한 편의 시처럼 정겨움이 가득하다. 엷게 푸르른 봄 하늘이 가슴에 가득해지고, 우리 마을 입구의 저수지 물이 연초록 색감이 눈에 번지는 가운데 낚시꾼들의 모습이 유난히 행복해 보인다. 봄 햇살을 받아 잔잔히 빛나는 물결에 내 마음도 물결치듯 말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심어놓은 저수지 둘레의 수양버들나무는 이제 어른이 된 듯 큰 자태를 뽐내고 있다. 봄꽃들의 향기를 가득 몰고 오는 봄바람은 내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마치 코로나로 찌든 도시생활의 우울함을 한 방에 날려주는 느낌이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경운기 엔진소리는 대지를 일깨우는 교향곡이라고 간주하고 싶다. 주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은 어느새 나를 농촌예찬주의자로 만들어준다. 도심에서는 감히 상상의 나래조차 펼 수 없는 자연의 가치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우울함이나 불안감이 상존해 있고 또 언제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감출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때는 자연으로 가득한 저밀도공간인 농촌 나들이를 하는 것은 삶의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여겨보고 싶다.
요즘 농촌은 치유와 힐링의 공간으로 조명 받고 있다. 농촌의 마을 숲, 계곡, 들판 등 농촌공간 속에 방문객 스스로 명상이나 놀이를 통해 지친 심신을 돌보고 회복할 수 있도록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는 마을들이 전국적으로 많다.

치유마을로 지정된 강원도 홍천 열목어마을에서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소나무 숲에서 명상과 풍욕을 즐기게 하고, 지역주민이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로 만든 ‘치유밥상’으로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흘려보내도록 한다. 양봉농가의 비닐하우스에서 천연벌꿀을 맛보게 하며 재미나는 영농체험을 즐기게 하고 있다. 이처럼 지정된 농촌치유마을에서는 마을별로 특색 있는 향토음식을 제공하며, 심리상담, 원예치료, 숲 치유, 요가, 허브 치유, 독서 치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전남 강진군에서는 ‘강진 1주일 살기’프로그램을 운영해 대박을 쳤다. 신청자가 쇄도해 목표 인원의 몇 배가 넘어 큰 인기사업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다. 이는 농박과 농촌체험을 결합한 여행프로그램이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농촌에서 머무는 일과가 곧 여행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도 인기를 끈 건, 맑은 공기 속에 타인과 섞이지 않는 독립된 여정이라는 것이다.

이제 코로나를 방역하는 최고의 은신처는 저밀도공간인 아름다운 농촌풍경 속의 삶이 되고 있다. 사람이 몰리지 않으면서 재미도 느끼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농촌여행은 더욱 새롭게 그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우리는 농촌이 진짜 쾌적한 안심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주도록 코로나 방역수칙을 더욱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 도시민 방문객도 소규모단위의 맞춤식 전략을 지혜롭게 펼쳐나가야 한다. 농촌다움의 숭고한 가치 속에 진정한 치유와 힐링의 공간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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