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경영협약 농가 – 경기 오산 김현숙·문진석 부부

▲ 늘 같은 곳을 바라보는 부부의 시선이 닮았다. (왼쪽이 김현숙, 오른쪽이 문진석 씨)

"남편은 로맨틱한 사람이에요. 서프라이즈 생일파티도 해 주고 말도 재밌게 해서 아이들도 아빠를 잘 따르죠.” 한국생활개선오산시연합회장을 지내기도 한 김현숙씨는 일단 남편자랑을 한바탕 들려준다. 옆에서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던 남편 문진석씨도 이내 한 마디 거든다.

“가족경영협약 교육을 두 번 받은 사람은 흔치 않을 걸요. 한 번 들을 때와 두 번 들을 때가 교육의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대부분 남편들은 얼떨결에 교육장을 찾는데 반해 김현숙, 문진석씨 부부는 누구보다도 가족경영협약 교육의 효과를 보고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한 번 더 교육을 받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문진석씨는 교육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당연히 여겼던 아내의 역할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알뜰히 살림하고, 집안 대소사를 챙기며, 시어머니를 모시는 아내의 역할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굳이 그런 일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거나, 칭찬의 말을 해주는 것이 쑥스러웠는데 1박2일 교육을 받으며 진짜 아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그것을 명시화해서 서약서를 쓰게 되니 아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 안 해도 다 아는 게 부부사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랜 세월 살다보니 아내가 느끼는 고충엔 좀 둔감해진 게 사실이었고요.” 문 씨는 교육 이후에 아내의 자유로운 대외활동을 응원하고, 그동안 가정에 얽매인 삶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많은 부분 가정 일에 동참한다. 알뜰하게 사는 아내에게 동참하기 위해서 농기계 수리 등도 직접 하고 있다.

“아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게 진정한 평등부부의 시작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교육 이후에 가장 바뀐 점이라면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게 아니라 소소하지만 진짜 아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늘 관심을 기울이인다는 거죠.”

가족경영협약교육으로 더 단단해진 부부사이
그래서일까. 부부는 늘 단점일수도 있는 상황을 장점으로 바꿔보고, 서로의 차이를 가지고 다투지 않는다. 꼼꼼한 남편에 비해 그렇지 못한 아내를 ‘숨통이 트이고, 시골생활에 딱 맞는 여자’로 칭찬하고, 효자인 남편을 보필하느라 고생이 많았음에도 ‘그런 세월을 견뎠기에 자녀들이 효자가 됐다’고 말하는 이 부부는 가족경영협약 교육을 통해 서로의 애정이 더 단단해졌다고 한다.

“친정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한문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 때도 효를 기본적으로 하셨거든요. 다른 걸 떠나서 사람이 인성이 돼야 한다면서 효자인 남편을 사윗감으로 허락하셨죠”  특히 너그럽고 인정이 많으셨던 시어머님은 동네 불우이웃들을 위해서 50년 동안 대문을 열어놓고 사람들이 누구나 집에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젊은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많이하고 활달한 성격이었던 김현숙씨는 효부상을 타신 시어머니의 뜻에 부응하기 위해 어머님의 올곧은 마음을 이어받아 지금도 지역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지역에 기여하는 부부의 삶

▲ 작년 출간된 마을 기록집 ‘큰마을·큰 뜻 양산동을 만나다’

부부가 사는 오산시 양산동은 정조대왕이 사도세자를 모신 현륭원을 찾아가던 중 마을 뒷산을 보고 ‘꼭 양산을 뒤집어 놓은 듯 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만큼 역사가 오랜 동네다. 김현숙씨부부가 사는 집은 역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다. 짚으로 만들어진 한옥에 함석을 덮고 다시 일부분만을 리모델링 했을 뿐 대들보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효심가득한 시어머니와 이 부부의 이야기는 올해 출간된 마을 기록집 ‘큰마을·큰 뜻 양산동을 만나다’에 소개되기도 했다.

생활개선오산시연합회장과 부녀회장 등 대외적인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었던 데는 남편의 외조가 큰 도움을 줬다고 공을 돌리는 김현숙씨와 또 평등한 부부관계야 말로 참 된 가정교육이라고 강조하는 문진석씨의 모습이야 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부의 참모습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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