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여성농부가 뛴다 - 전북 장수‘장안산할매’안다섬 대표

한국농수산대 졸업 후 뛰어든 오미자 농사
농업농촌에 젊은 동료 많아졌으면…

수맥과 산맥이 조화로워 10대 종산 중 하나인 전북 장수의 장안산. 청년 여성농업인 안다섬(29)씨는 장안산의 산신할매가 농산물을 잘 자라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자신이 운영하는 농업법인회사 이름을 ‘장안산할매’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녀의 농사 도전기를 들어본다.

▲ 장안산할매는 청년여성농부가 직접 농사지은 오미자와 사과로 오미자청과 천연발효식초를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좌충우돌 장안산할매
안 대표는 전라북도 장수에서 지역특산물인 오미자와 사과를 각각 3300㎡(1000평)씩 재배하고 있다. 일찍이 농업에서 뜻을 찾고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해 농업의 1차, 2차, 3차까지 손을 뻗쳐나가고 있는 청년 여성농업인이다.

“처음에는 조경에 관심이 있어서 농업에 꿈을 갖게 됐어요.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첫 작물로 화훼를 선택하기에는 자본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조금은 접근하기 쉬운 지역의 특산물을 선택해 오미자와 사과를 재배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오미자 농사 첫해 관리를 잘못해서 흰가루병이 크게 왔어요. 오미자는 수확 작업이 다른 작물보다 수월한 것에 비해 통풍관리가 정말 중요한데 제대로 하지 못했죠. 학교에서 실습을 계속했음에도, 현장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그렇게 한 해 수익을 500만 원도 얻지 못했지만 큰 깨달음은 얻었어요.”

장안산할매는 직접 농사지은 오미자와 사과로 오미자청과 천연발효식초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농사일뿐 아니라 공장을 운영하고 홍보, 판매까지 맡으면서 따라오는 고충도 많다고.
“아무래도 시간적인 여유가 가장 문제죠.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니까요. 공장을 갖추기 전까지는 청과 식초도 직접 수제로 담가서 더욱 일이 많았어요.”

시설이 갖춰진 후에도 식초만큼은 천연발효식초를 고집하고 있다. “장발효, 알콜발효, 초산발효, 숙성발효 등 10개월 기간에 걸쳐 식초를 만들어요. 요즘 짧게는 2주나 30일 정도면 식초를 만들 수 있지만 농사짓는 농부의 입장에서 가공식품을 만들면서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따라서 수량이 모자라 못 파는 문제가 있어도 건강에 좀 더 좋은 천연발효식초를 계속해서 고집하려 합니다.”

오미자청 또한 안 대표만의 방식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다. “일반 오미자청에는 설탕이 들어가는데 저희는 죽염을 넣어요. 수박에 소금을 치면 단맛이 강해진다고 하듯이 죽염 덕분에 신맛이 조금 줄고 단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어요.”

‘장안산할매’의 주 소비자층은 50~60대다. “어린 친구가 열심히 한다면서 좋게들 봐주세요. 처음엔 아무래도 서투르다 보니 제품을 발송할 때 직접 쓴 손편지를 동봉하기도 했어요. 그 네트워크로 점점 늘려나가 현재는 고정 고객이 500명 정도 있는 상태고요. 작년에 법인이 설립된 만큼 아직 입점한 판매사이트는 없지만 판로도 차차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청년여성농업인 이야기로 공감 확산
안 대표는 고등학생때부터 꾸준하게 4-H회 활동을 하며 지역의 청년농업인들과 활동하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농업에 뜻을 두게 된 계기부터 첫 농사를 망친 이야기 등 청년농업인으로서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은 안 대표의 수기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여성농업인생활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2018년에는 본지에서 주최한 제3회 농촌스토리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좌충우돌을 겪으며 느낀 고충은 무엇일까.

“행정기관에 여성농업인 부서가 신설되고 정책이 세워지는 등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농업인 농기계 지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여성농업인 농기계 지원 정책을 보면 대부분 접이식 테이블이나 소형분무기에요. 여성친화적인 농기계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좀 더 다양하고 유용한 것들이 마련되었으면 해요.”

농업·농촌에 청년농업인 동료가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는 안 대표. 실질적이고 현장중심적인 지원책이 이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