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투기온상이 된 농지문제
해법을 내놓길 바란다.
더 이상 ‘부동산 불패’ 늪에서
허우적대지 않아야 한다.

부동산 투기근절 노력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서길..."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농업이 본업이 아닌 사람들의 농지에 대한 집착이 가시지 않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공적인 지위에서 얻은 정보를 사사롭게 이용해 부당 이익을 취했다. 이들로 촉발된 농지 불법투기는 국회의원, 지방의원,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 등 전 방위로 번져 있어 연일 부동산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투기 거래로 의심받는 땅이 대부분 농지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농지 수난 시대다. 불로소득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탐욕 때문에 사회가 온통 난리다. 돈 있는 사람들이 농지를 쇼핑하듯 쉽게 사들일 수 있었기에 그렇다.

농지법 6조1항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못 박혀 있다. 그런데도 현실은 쉽게 탈법이 판친다. 국가 기강이 무너져가는 듯해 안타깝다. 농업인들은 불법투기로 농지 값을 올려놔서 정작 농지를 살 수 없다. 특히 귀농인이나 청년창업농 등은 농지 값이 치솟아 농지 마련이 어렵다. 재발방지를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갖가지 후속대책을 쏟아내지만 과연 농업인이나 일반 국민에게 어느 정도 호소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맑아야 할 윗물이 구정물이다. 평생 땀의 정직함만으로 농업을 영위하는 농업인들에게 심한 박탈감만 심어줬다. 허술한 농지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도 농지를 활용한 불법투기 세력을 막아내야 한다. 헌법 제121조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했다. 농지 불법투기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악행이 아닌가.

농지를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한 느슨한 법체계를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농지소유·이용·사후관리 등을 짜임새 있게 손봐야 한다. 농지취득 후 사후관리가 지나치게 허술했다. 투기세력이 일반 토지보다 취득이 상대적으로 쉬운 농지를 일단 매수한 다음 농지전용을 통해 주택이나 상업시설 등으로 개발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게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농지 취득 절차를 강화하고 농지전용 허가 요건도 까다롭게 바꿔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투기는 고질적 문제였다. 신도시 개발 때마다 부동산 투기 광풍(狂風)으로 인한 혼란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를 잠재울 엄격한 농지관리가 절실하다.

LH사태를 계기로 시대의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끝내야 한다.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미공개정보 활용을 통한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는 징벌적으로 처벌해야 한다. 투기로 이익을 얻었을 경우, 징역과 벌금으로 부당이익을 회수할 수 있게 병과(倂科)해 뿌리 뽑아야 한다. 위법 농지에 대해서는 처분 의무를 고지하고 불응 땐 이행강제금을 높게 부과하고 농지전용이 어렵게 지자체들이 조례개정도 필요하다.

1년여 코로나19로 심신이 지친 중산층과 서민경제가 어려울 때 농지 불법투기로 재테크를 지켜보는 농업인이나 일반국민들의 마음은 어느 때 보다 편치 않다. 그만큼 상대적 허탈감과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준비되지 않은 대책은 부작용을 낳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중심이 돼 관련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투기온상이 된 농지문제 해법을 내놓길 바란다. 더 이상 ‘부동산 불패’ 늪에 빠져 우리 사회가 허우적대지 않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투기공화국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동산 투기근절 노력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서길 바란다. 그래도 희망은 정치에서 찾을 수밖에 없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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