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장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농촌마을로
공공급식을 확대하면
친환경먹거리의
확장까지 가능하다"

▲ 박경철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장

3년 전 마을공동급식 관련 연구를 하면서 마을공동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농촌마을을 몇 군데를 조사했다. 조사한 마을 가운데에는 지자체의 마을공동급식 사업비를 받아 실시하는 곳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는 곳도 있었다. 어떤 식으로 운영되든 마을공동급식을 위한 마을 자체의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조달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어떤 마을은 마을주민들에게 얼마씩 추렴해서 급식비를 충당하는 곳도 있고, 어떤 마을은 이장님의 수완으로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마을급식을 실시하는 마을도 있었고, 또 어떤 마을은 지자체 지원사업비와 지역사회 후원으로 충당했다. 그렇게 마을주민들은 식비를 알뜰살뜰 모으고 아껴서 주민들과 정을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3월은 마을공동급식 춘궁기
지자체의 마을공동급식 취사도우미 지원사업은 주로 영농철 여성의 가사와 농사의 이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시되고 있지만 정작 마을주민들이 마을공동급식을 원하는 시기는 겨울이다. 겨울철에는 마을주민들이 가장 잘 모일 수 있고 가장 많은 식사를 함께 할 수 있고 가장 많은 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겨울철에는 하루 종일 마을회관에서 생활하기에 겨울철 각 가정의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지자체와 농협 등에서 지원하는 약간의 쌀 말고는 정부차원의 부식비 지원은 없다. 그래서 마을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부식비를 모으거나 지역사회 후원으로 마을공동급식을 실시하지만 겨울이 끝나는 요즘 같은 3월이 되면 부식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마을회관에서의 식사는 어려워 마을회관에 모이는 사람들은 적어진다. 어르신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시기가 지금이다.

3월이 되면 본격적인 영농준비를 위해 마을회관에 나오는 주민들이 적어지지만 현재와 같이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마을회관 나오시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신 분들이 많다. 하지만 3월부터는 부식비가 없기 때문에 마을회관에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시는 어르신이 많다. 그렇게 되면 연로한 어르신들은 다음 겨울이 돌아올 때까지 주로 자신의 집에서 쓸쓸히 지내게 된다. 그래서 대다수 어르신들은 적든 많든 마을회관에 연중 일정한 부식비가 있어 마을공동 식사가 지속되길 원하신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학교급식은 공공급식으로 확대됐다.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고 현재는 어린이집과 복지시설, 일부 군대와 병원 등의 시설까지 친환경먹거리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마을까지 그 손길이 닿지 않고 있다.

마을회관, 복지시설 범주에
이제 마을까지의 공공급식 확대가 필요하다. 마을회관은 농촌에서 가장 중요한 복지시설이자 안식처이다. 어르신들은 평생 땅을 일구고 자식을 키워 우리사회가 이만큼 살게 되었다. 이제 우리 사회가 그 분들에게 보답을 할 차례이다. 어차피 학령인구도 감소해 학교급식의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농촌마을로 공공급식을 확대하지 않으면 친환경먹거리의 확장도 어렵다. 마을회관에 취사시설이 없거나 몸이 불편해 마을회관에 나오기 어려운 어르신에게는 공공급식사업으로 반찬공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역의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면서 어르신의 건강까지 챙긴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OECD 최고인 나라, 이제 함께 먹는 밥상에서 그 해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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